가업승계 '준비' 미루다 '손해' 막심할 수도

가업승계와 상속·증여 플랜을 미리 대비해놓지 않으면 기업은 물론 가족 간 경영도 흔들리는 경우를 언론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어느 시점에 어떤 플랜으로 준비를 해야 기업과 가족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있어 지리적 여건이 좋고 회원제와 퍼블릭(비회원제)을 함께 운영하면서 인기가 높았던 L골프장의 가족 간 재산 분쟁과 경영권 분쟁이 모든 지분을 제3자에게 매각기로 하면서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무려 18년에 걸쳐 진행된 사건을 살펴보면 결과적으로 가족들 모두가 재산 가치는 줄어들고 명예는 실추되는 등 패자의 게임으로 끝나고 말았다.

 

재일교포 사업가인 창업주 Y 회장은 고국에 세계적 수준의 골프장을 건설할 꿈을 안고 첫 삽을 떴다. 그리고 1990년 36홀 규모의 대중(퍼블릭) 골프장을 개장하였다. 그런데 Y 회장은 회원제 18홀을 추가로 건설하던 중 오픈을 1년 남겨둔 1996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Y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상속이 발생하면서 재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골프장의 지분을 상속인들이 나누어 가지게 되었다. 이때부터 기나긴 가족 간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골프장 지분 상속 결과>
- 1남(A)의 유가족인 부인 a와 아들 b : 14.5%(1남(A)은 일찍 세상을 떠나 남은 유가족이 대습상속함)
- 2남(B) : 36.5%
- 3남(C) : 14.5%
- 장녀(D) : 14.5%
- 부인(F) : 20%(일본에 거주 중인 재혼한 둘째 부인으로 두 명의 자녀가 있음)
     
창업주인 Y 회장이 사망하자 차남인 B가 일본인 부인 F의 지지를 받아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그런데 2004년 차남인 B가 본인 소유의 지분 중 9%를 3형제(C+D+a+b=Z)에게 각각 3%씩 나누어 주는 일이 생겼다. 그로 인해 본인의 지분은 27.5%로 줄어들었고, 어머니 F의 지분을 합해도 47.5%밖에 안 되어 50%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반면 나머지 3형제의 총 지분은 52.5%가 되었다.

 

2005년 3형제(Z)는 대표이사 자리에 있던 2남 B를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게 한 뒤 3남인 C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임명하며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때부터 4형제 간에 본격적인 소송과 무력충돌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2007년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서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2007년 W증권의 사모펀드인 ‘M펀드’가 2남인 B와 부인 F의 지분을 합친 47.5%를 27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때부터는 펀드와 나머지 3형제간의 더욱 치열한 싸움이 전개되었다.

 

2010년에는 장남의 상속인들이 M펀드와 손을 잡고 3남인 C를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게 한 뒤 a(1남의 부인)가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그 과정에 여러 건의 소송이 제기되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었다.

 

이후 여러 차례 골프장 매각을 추진했으나, 계속 무산되다가 마침내 2014년 S컨소시움에 지분 100%를 매각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되었던 65%(M펀드 47.5%, a+b 17.5%)는 2650억 원에, 나머지 35%는 850억 원에 넘어갔다(회원권 900억 원은 부채로 별도 인수함). 총 4400억 원에 매각된 것이다.

 

한때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었던 골프장은 절반 가격 이하로 내려갔고, 더구나 경영권을 확보하지 못한 35%의 지분은 다른 지분에 비해 60% 정도의 가격에 팔려야만 했다. 자산가치가 그렇게 반 토막 났음에도 외부 세력인 M펀드는 주식매각 대금과 중간에 배당받은 금액을 합치면 약간의 이익을 내고 펀드를 해산하게 되었다.

가족이 서로 물고 뜯는 동안 세계경제는 위기를 맞았고 그 여파로 국내 경기도 많이 나빠졌다. 그러면서 골프장의 가치는 반 토막 이하로 낮아진 것이다. 모두가 피해자가 된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싸움을 부추겨서 이익을 챙긴 이도 있다. 바로 외부에서 들어간 사모펀드(사모펀드 내에서도 투자자별로 손익이 크게 다르며, 일부 투자자는 큰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다. 생명이 없는 돈 자체인 펀드는 이 상황을 활용하여 이익을 챙겼다. 결국 가족들은 그 싸움에 놀아난 셈인데, 피해는 고스란히 가족들에게 돌아갔다. 또한 창업주의 큰 꿈과 열정도 함께 사라져 버렸다. 

 

이 사건을 살펴보면 몇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 먼저 가업승계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미리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CEO가 건강하다고 젊다고 마냥 미루기만 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업승계는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새겨볼 필요가 있다. 가업승계 준비는 빠를수록 좋다. 준비는 빨리 시작하고, 진행은 천천히 하면 된다. ‘설마’ 하는 방심은 큰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그리고 사업 규모가 일정 수준으로 커지고 자녀가 여러 명일 경우 사업체를 하나로 운영하는 것은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많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자녀들의 숫자보다 많은 수의 회사로 분리하여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 직계가족 중심으로 회사가 승계되도록 해야 문제를 줄일 수 있다.

 

또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의 50%+1주>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특히 비상장 기업의 경우 과반 수 이상 주식을 확보하지 못한 주주는 과반수 이상 주식을 보유한 주주를 견제할 만한 마땅한 방법이 없다.    

 

L골프장의 경우 가족 간에 서로 욕심을 내어 오랜 기간 분쟁을 지속하면서 많은 기회를 놓쳤다. 그 과정에서 회사의 가치는 하락했으며 명예는 실추되었다. 유무형의 손실을 본 것이다. 자칫 지나친 욕심을 내다가는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조세일보 기업지원센터’에서는 기업의 성장과 연속성을 위한 체계적인 가업승계와 상속·증여에 대하여 전문가가 지원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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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완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교육 전문가)

 

[약력]

  現) 주원미래설계연구소 대표

  前) 조세일보기업지원센터 교육전문가

前) 삼성생명 센터장 역임 및 사내강사

前) 한국투자증권 근무

- FP자격증 교재 편찬 및 시험출제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