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한국의 리더십을 기대한다​

2018-02-12

평창 성화대 '달항아리'에 타오른 '자긍심' 
한국인에 대한 세계인의 기대도 '활활' 
선진 국민 화합 이뤄 대도약 계기 삼기를 

김영세 < 이노디자인 대표 >

 

지난 9일은 ‘88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이자 겨울 올림픽으로는 첫 번째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올린, 역사에 남을 소중한 날이었다. 역대 올림픽 행사에서 보듯이 개회식의 하이라이트는 그리스 아테네에서 채화해 봉송해온 성화를 메인스타디움의 성화대에 점화하는 이벤트일 것이다. 이 장면은 올림픽을 보는 세계인들 모두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이날 성화 봉송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연아 선수의 성화 점화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필자는 이번 평창올림픽의 성화봉과 성화대를 디자인했는데, 특히 성화대를 디자인하면서 고민한 것은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과 올림픽의 기본 정신을 어떻게 잘 어우러지게 하는가였다. 지상 30m 높이의 성화대와 그 위 성화를 담을 그릇의 형상을 상상하면서 많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던 기억이 새롭다. 화로의 모습도 많이 상상했지만 최종 디자인 모티브는 한국 고유의 ‘달항아리’로 잡았다.

한국 고유의 우아한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달항아리는 지면으로부터 솟아오른 다섯 개의 기둥이 떠받치고 있다. 이 다섯 개의 기둥은 올림픽기의 다섯 대륙을 상징하는 다섯 개의 동그라미에서 그 의미를 찾았다. 필자가 디자인한 성화봉과 성화대의 닮은 모습은 ‘열정의 만남(Passion Connected)’이라는 평창올림픽의 슬로건과도 일치한다. 

지난 2년간 준비해온 필자가 올림픽 개회식을 보며 가슴이 떨렸던 것은 당연한 일인데, 성화봉과 성화대를 디자인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고생했던 기억보다 이런 중대한 역할을 맡겨준 조국에 감사하는 마음이 더 앞섰다.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한국의 성장 역사는 수천 년을 기록하고 있지만, 필자가 기억하는 역사는 70년이 채 안 된다. 그렇지만 지난 70년은 한국이 현대적 국가로서 모습을 갖출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1950년 6·25전쟁 이후 세계의 중심국가로 우뚝 선 한국에 대해 우리는 더 자부심을 갖고 사랑해야 한다.

2011년에 미국 독일 중국 일본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 달성에 성공한 한국을 보며 외국에서는 ‘기적’이라고 말한다. 분명 한국의 경제적 성장도 자랑거리 중 하나다. 해외에서 유학했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지금까지 많은 시간을 해외에서 보내온 필자는 조국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수십 년 세월이 흐르면서, 외국인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을 보았다. 한국의 경제 성장에 비례해서 외국인들이 한국을 보는 관심도는 크게 높아져 왔다. 경제를 뒷받침하는 한국인의 기술과 재능 그리고 근면성에 대한 칭찬은 아직도 자자하다.

한국은 인구와 국토 크기에 비해 국민의 창의력과 기술력, 열정이 대단한 것으로 세계인들은 평가하고 있다. 각종 스포츠 무대에서 명성을 누리는 한국 선수들의 이름이 외국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으며, 세계적인 브랜드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기업도 다수 탄생했다. 한국에는 세계 최고 대열에 합류한 첨단기술 분야 기업들이 존재한다. 이제 ‘메이드 인 코리아’는 세계인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은 아직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다고 여기지 않는다.


물론 지나친 자만은 발전 에너지를 저하시키기에 금물이다. 그리고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디지털 전환)’이라는 세계적인 변화의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국가적인 걱정도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세계인들은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우리 국민이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을 기대한다. 

한국이 2018년을 기점으로 다시 선진국다운 국가로 발전하기 위해서 어떻게 국민 화합을 이뤄내고 자신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평창에서 막을 올린 동계올림픽도 한국인의 리더십에 대한 세계인들의 기대 속에서 시작된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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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hankyung.com/article/2018021257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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