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분이익잉여금의 위험성

2018-03-14



10년 전에 창원에서 공업용 기계를 제작하는 L 기업을 창업한 이 대표는 과도할 만큼 R&D비용을 책정하여 창업이래 지금까지 기술개발에 매달려 왔다. 덕분에 우수기술 개발업체와 관련된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신뢰도도 점점 높아졌다.

 

그러다 지난 3년 전에 외국 글로벌 업체에서 합작회사를 제안해왔고, 이 대표는 자신의 기술개발에 대한 결실이 이제야 이루어 진다고 생각하고 사업확장에 매진하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거래 은행도 적극 도와주는 분위기여서 공장부지 구입 및 시설확충을 위한 필요자금도 비교적 쉽게 대출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 대표가 그렸던 장밋빛 그림은 오래가지 않았다. 외국 글로벌 업체에서 갑작스럽게 합작회사 제휴를 철회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합작을 실행하기 전 단계에서 멈춰졌기에 작은 손실은 있었지만 막대한 손실로 까지는 이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대표의 울분과 안타까움은 실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컸다.

 

이렇게 계획이 틀어지게 된 것은 '미처분이익잉여금'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기업의 영업활동과 기타 영업과는 무관한 영업외적 손익거래에서 발생한 이익 중 회사 내에 유보되어 있는 누적 이익금을 말한다.

중소기업에서는 일반적으로 현금 외에 시설투자, 재고자산 그리고 매출채권 등 형태로 녹아 있는 미처분이익이잉여금을 미처 인식하지 못해서 누적시키거나 불투명한 기업 미래에 대비하기 위하여 세금을 내면서까지도 미처분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경우는 매년 발생 수익과 비용을 잘 정리해 두었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만일 매출증가나 비용누락으로 가공이익을 발생시켰다면 실질자산과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즉 사업 초기 사업자금이 부족해서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 또한 입찰, 납품 등의 영업활동 요건을 맞추기 위해 이익의 결산서를 만드는 경우가 있어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발생하게 된다.

 

사실 L 기업의 이 대표도 사업 초기에 부족한 연구개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금융기관에 대출을 받으면서 그리고 국내 대기업에 납품을 위해서 이익결산서를 편집하였던 것이다. 어쨌든 위와 같은 이유로 발생한 미처분이익잉여금이라면 장부상에서만 존재하므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돈이 없는데도 기업의 순자산가치를 증가시켜 비상장주식가치를 상승시킴으로써 큰 금액의 법인세 부담을 주게 된다.

 

실제로 포항에서 기계부품을 제작하고 있는 J 기업은 연간 몇 억씩 당기순이익을 올리고 있었지만 연구개발비 등이 매우 적음을 이상히 여긴 과세당국에 의해 세무조사를 받았고 6억 원 정도의 세금을 추징당하기도 하였다.

 

또한 상승된 주식가치의 상황에서 만일 가업승계, 상속, 증여 등을 이유로 지분이동을 하게 되면 상승된 비상장주식가치로 인해 막대한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 잘 알고 있겠지만 우리나라 상속·증여세는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있기에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발생시킨 막대한 세금은 결과적으로 가업승계, 상속, 증여를 처음부터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한 기업 청산을 해도 주주배당으로 간주되어 배당소득세와 건강보험료 부담까지 가중시킨다.

 

여수에서 어업도구를 생산하고 있는 B 기업의 연 대표는 몇 년 전부터 은퇴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는데 건강이 악화되자 계획보다 일찍 기업을 매각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가지급금과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발목을 잡으면서 더이상 매각협상을 진행할 수 없었다. 만일 연 대표가 기업을 폐업한다고 해도 앞서 설명한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은퇴자금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

 

이처럼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세금부담을 가중시키고 기업 신용과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미쳐 사업 확대의 기회도 상실하게 만들며 가업승계와 매각 그리고 폐업까지도 어렵게 만드는 전방위적인 위험을 가진 셈이다. 따라서 전략적인 출구관리를 통해 적절하게 이익잉여금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정리하려면 먼저 대표의 급여를 올리고 상여금을 지급하고 배당을 실시하는 등의 비용을 발생시켜 정리할 수 있다. 그 중에서 배당은 절세효과가 있으며, 대주주가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소액주주에게 양도하는 차등배당의 경우 절세효과도 크며 자금출처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직무발명보상금과 특허권 자본화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 방법은 기업 내에 기술개발 동기를 제고하고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최근에는 기업 CEO들이 특허권 자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 무형자산인 특허를 자산화시켜 기업에 양수도함으로써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처분하는 것으로 특허권 자체가 배타적 독점권을 행사할 수 있기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만일 기업에 현금이 없다면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자본금으로 편입하여 그 만큼 새롭게 주식을 발행하여 배당하는 방법을 활용함으로써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정리할 수 있다. 이는 기업에 재투자한다는 점에서 기업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보게 하여 자본금 증가와 주가상승까지도 기대할 수 있다.

 

경영활동에는 미처분이익잉여금 외에도 다양한 위험이 함께 존재해 있기에 무리한 정리보다는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안전하다. 이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기업제도, 재무구조, 전반적 경영상황까지 점검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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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서현 전문가(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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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 조세일보 기업지원센터 기업컨설팅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