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협상 기간이 다가오면 사업주와 직원 간에 묘한 긴장감이 흐르기 마련이다. 5만 원, 10만 원 때문에 마음이 상하기도 하고, 연봉 협상에 불만을 느낀 직원들이 한꺼번에 퇴사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전공의 파업 장기화로 병원들이 경영난을 겪게 되면서 연봉 협상이 보류되거나 무급휴가를 권고하는 등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소규모 병원은 대형 병원처럼 연봉, 복지, 사회 인지도, 자기 계발 기회 등 근무 만족도를 높이기 힘들고, 업무 성과가 탁월한 직원을 채용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체계적인 채용 시스템이 없으므로 주관적인 평가에 의한 채용이 이루어지고, 채용 후 직원 육성에도 한계를 느끼게 된다.
작은 조직일수록 오해와 불신이 많고, 소통이 부족한 것도 연봉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기밀 유지가 어려워 연봉 협상 과정과 결과에 관한 내용을 직원 간 공유하는 때도 많다. 이런 이유로 연봉 협상 과정에서 차별을 느꼈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생기고, 구성원 사이에 시기심과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
이에 많은 병원이 연차가 올라갈 때마다 정해진 금액을 인상하는 호봉제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직원들은 연봉 협상 과정에서 그간의 노력과 역량을 인정받고 배려 받기를 원한다. 연봉 협상은 단순히 급여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동안 병원에 이바지한 바를 정리하고, 향후 계획을 세우는 일이다.
따라서 이상적인 연봉 협상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직원들의 근무 기록을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직원들의 불만 중 하나는 업무 분담이 공평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 어떤 직원은 눈에 띄는 업무만 하고, 어떤 직원은 눈에 띄지 않는 업무만 하게 되면 후자로서는 불만이 쌓이게 된다. 원장은 모든 업무에 직원을 참여시킬 수 있는 평가 항목을 만들고, 직원들이 항목 선정에 참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또한 직원들이 평가 결과를 이해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기준을 정해야 한다.
둘째, 급여 체계를 점검하는 것이다. 연봉 협상 시 평가 기준이 모호하므로, 근속연수에 따라 일정 비율로 상승하는 체계가 일반적이다. 이 경우 성과가 좋은 직원과 좋지 못한 직원이 같이 연봉이 오를 수 있어, 직원들의 근무 태도가 나빠질 수 있다. 이렇듯 호봉제는 직원의 동기를 저하할 수 있어, 호봉제에 성과제를 결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급여 인상 폭은 최저임금 상승률을 고려해 정하는 것이 좋다. 2025년 최저임금은 시간당 10,030원으로 결정되어 월급으로 환산하면 209만 6,270원(주 40시간 기준, 주휴수당 포함)으로, 이는 전년 대비 3만 5,530원이 오른 수준이다. 여기에 고정 연장(44시간) 비용 44만 1,320원을 더하면, 월 지급액은 253만 7,590원이 된다. 따라서 최저임금 상승률을 반영해 연봉 협상에 대비하는 것이 직원들에게 이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근무에 도움이 될 자격증이나 교육 이수 등을 우대하여 급여를 추가로 지급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매출에 따른 성과급, 고객만족도가 높은 직원에 대한 특별 보상, 장기근속자 등 기여도가 높은 직원을 포상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직원들이 오랫동안 근무하고 싶은 병원은 어떤 모습일까? 높은 급여만으로는 직원의 근속을 보장할 수 없다. 직원들은 높은 급여보다 경영진의 마음가짐에서 더 큰 만족감을 느낀다. 이런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직원들과 자주 소통하고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줘야 하며, 관찰을 통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처럼 직원들에 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
아울러 통계 분석이 가능한 경영 관리를 통해 병원 목표와 직원의 역할 및 업무 평가를 점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