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업승계는 단순히 세대 간의 기업 소유권 이전을 넘어 기업의 존속 여부와 직결되는 중대한 과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승계를 준비하는 많은 기업인들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것은 OECD 최고 수준의 상속세·증여세 부담이다. 상속세율만 놓고 보더라도 과세표준 30억 원을 초과하면 50%의 최고세율이 적용되고, 최대 주주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는 할증평가까지 가산되어 실질 세율이 60%에 육박하는 경우도 많다.
평생 기업을 일구어도 후계자에게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는 현실 앞에서 많은 경영자들이 회사를 지키기보다는 매각하거나 해외로 자산을 이전하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 사이 상속세를 피하기 위해 사모펀드에 지분을 넘기거나 경영권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업상속공제 제도는 기업인의 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이지만, 제도의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 실질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우선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기업을 영위해야 하고, 상속인이 상속 개시 후 2년 이내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하며, 사후 10년간 주된 업종을 변경할 수 없다는 조건이 따라붙는다. 더 나아가 상속 후 5년간 가업 자산의 40% 이상을 처분할 수 없고, 정규직 근로자 수나 급여 수준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는 등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힘든 규제가 이어진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에서 고용이나 업종 유지 조건을 강제하는 것은 기업의 혁신을 저해하고, 오히려 기업 존속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가업상속공제를 신청하는 기업은 많지 않고,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러나 제도가 완벽하지 않다고 해서 활용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과 한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고, 중견기업 일부에도 적용 범위가 넓어지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대 1,200억 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었으며, 일부 업종과 자산 범위도 확대되어 보다 많은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이러한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철저해야 하고, 공제 요건을 면밀히 검토하여 기업 구조와 자산 현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지분 분산과 장기적 증여 전략을 결합한 승계 플랜이다. 상속세는 단기 회피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을 활용한 분산 전략이 핵심이다. 증여세는 10년 주기로 과세되는 구조이므로, 이를 활용해 후계자에게 주기적으로 일정 지분을 이전한다면 장기적으로 상당한 절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를 들어 자녀와 배우자, 손주를 균등한 지분으로 참여시키는 자녀법인을 설립해 매년 주주 1인당 1억 원씩 증여한다면, 단순히 직계 자녀에게 직접 증여할 때보다 훨씬 큰 규모의 자산을 세금 부담 없이 이전할 수 있다. 10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축적하면 수십억 원의 자산이 자연스럽게 이전되며, 이는 가업승계의 부담을 완화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또한 자녀법인을 활용한 무상대여 전략, 저가 양도나 고가 양수, 초과 배당, 대여금 채권 포기 등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부모가 자녀법인에 자산을 저가로 양도하더라도 특정 조건을 충족하면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으며, 반대로 자녀법인의 자산을 부모가 고가로 양수할 때도 증여세를 발생시키지 않는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법령 해석과 세무 리스크를 간과한다면, 오히려 거액의 과세와 세무조사라는 역풍을 맞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전문가의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더욱이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종종 간과되는 부분이 기업 내부의 재무 구조다. 미처분 이익잉여금과 가지급금, 명의신탁 주식은 상속세 부담을 가중시키는 주범으로, 이를 방치한 상태에서 승계를 진행하면 세 부담이 불필요하게 늘어난다. 따라서 승계 전 미리 재무구조를 정리하고,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또한 해외 거주 자녀가 있는 경우 가업승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며, 사업 확장을 위해 업종을 추가하다가 주 업종 변경으로 인해 영위 기간이 단절되어 공제 적용이 배제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가업승계는 단순히 세금을 줄이는 기술적 작업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성과 가족 간 이해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전략적 과제다. 세무적 접근은 물론이고 법률적 구조 설계, 후계자 교육과 역량 강화, 그리고 임직원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까지 포함해야 한다.
준비 없는 가업승계는 세금 폭탄과 경영권 분쟁, 기업 매각이라는 위기를 불러올 수 있지만, 철저히 준비된 가업승계는 오히려 제2의 도약 기회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조기 계획 수립과 단계적 실행, 공제제도와 지분 분산 전략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지금의 위기를 새로운 성장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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