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재무관리에서 가장 조심스럽게 다뤄야 할 항목 중 하나가 바로 가지급금이다. 가지급금은 법인의 자금이 지출되었으나 거래 내용이 명확하지 않거나 미완료된 상태에서 임시로 처리되는 계정을 의미하며,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대표나 임원의 개인적 자금 사용, 영업상 발생하는 접대비나 리베이트 처리, 증빙서류 관리 미흡, 신용평가 등급 조정을 위한 회계 처리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반도체 부품업체 T사의 경우를 보면, 대표는 사업 초기에 개인 용도로 회사 자금을 수시로 사용했다. 처음에는 소액이었지만 5년이 지나자 가지급금이 7억 원까지 불어났고, 여기에 매년 4.6%의 인정이자가 쌓여갔다. T사는 대출금에 대한 이자 비용 손금산입이 거부되어 추가 법인세를 부담해야 했고, 이는 회사의 자금 흐름을 크게 악화시켰다.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한 식품제조업체 D사는 임원들의 접대비 처리를 위해 누적된 가지급금이 15억 원에 달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여금으로 처리했다가 거액의 소득세와 4대 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가지급금은 크게 업무 관련 가지급금과 업무 무관 가지급금으로 구분되는데, 특히 업무 무관 가지급금은 대주주나 임원 등의 관계자에게 용도를 지정하지 않고 지출되는 금액으로 업무와 관련 없이 빌려준 돈을 말한다. 이러한 업무 무관 가지급금은 기업과 대표자에게 다양한 세무적, 경영적 리스크를 가져온다.
먼저 세무적 측면에서 살펴보면, 업무 무관 가지급금에 대해서는 연 4.6%의 인정이자가 발생한다. 이 인정이자는 법인의 수익으로 인식되어 법인세 추가 부담이 발생하며, 동시에 해당 인정이자는 대표자에게 상여로 처리되어 대표자의 소득세 증가로 이어진다. 또한 업무 무관 가지급금에 대한 지급이자는 비용처리가 되지 않으며, 대손 처리도 불가능하다. 즉, 업무 무관 가지급금을 돌려받지 못하더라도 그 금액을 비용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불이익이 있다.
기업 신용도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가지급금이 많은 기업은 신용평가 등급이 하락하여 금융기관 대출이 제한되고, 공공 입찰 참여에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M&A 및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기업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
법적 리스크도 간과할 수 없다. 세무조사 대상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며, 업무 무관 대여금으로 인정될 경우 형사처벌의 위험도 존재한다. 특히 최근에는 업무 무관 가지급금으로 인한 세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허위·가장거래를 이용해 대표자가 가지급금을 변제한 것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러한 행위를 할 경우 허위·가장 거래는 부인되고 거래 실질에 따라 과세되며 불성실 신고에 따른 가산세도 부담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가지급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각각의 장단점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가장 깔끔한 해결책은 대표이사가 개인 자금으로 직접 상환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추가적인 세금 부담 없이 가지급금을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거액의 현금이 필요하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건설자재 업체 C사의 성공 사례를 보면, 가지급금 문제를 단계적으로 해결했다. 우선 소액의 가지급금은 급여 인상으로 처리하고, 대규모 가지급금은 대표이사가 보유한 특허권을 회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해결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세금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가지급금 처리 시 주의해야 할 점들도 있다. 법인이 사업과 관련된 손해배상금을 차입금으로 지급하는 경우 해당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손금에 산입되지만, 지급할 의무가 임직원에게 있는 손해배상금을 법인이 대신 지급하고 구상채권을 계상하는 경우 해당 구상채권은 업무 무관 가지급금으로 본다. 또한 내국법인이 임직원에게 퇴직급여를 지급하는 경우로서 그 지급 사유가 현실적인 퇴직에 해당하지 않으면 해당 퇴직급여는 업무와 관련 없이 지급한 가지급금에 해당한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업무 무관 가지급금 해당 여부를 판단할 때는 대여 시점을 기준으로 특수관계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법인이 특수관계 있는 자와의 거래에서 발생된 외상매출금 등의 회수가 지연되는 경우로서 해당 매출채권이 실질적인 소비대차로 전환된 것으로 인정되는 때에는 업무와 관련 없는 가지급금으로 본다.
가지급금 문제는 기업 경영에 심각한 위험 요소가 될 수 있으므로, 발생 초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불법적인 방법에 의해 장부를 조작할 경우 당장은 세금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조세 부과제척 기간 이내에 대부분 드러나게 되며, 과거의 잘못된 회계처리로 인해 수년간 잘못 처리된 부분이 일시 추징되어 기업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향후 가지급금 발생을 예방하는 것이다. 철저한 회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법인과 개인 자금을 명확히 구분하여 관리해야 한다. 모든 지출에 대해서는 적절한 증빙서류를 갖추고, 용도를 명확히 하여 처리해야 한다. 또한 정기적인 재무상태 점검을 통해 가지급금 발생을 조기에 발견하고 즉시 정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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