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창업 1세대들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가업승계'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산업의 사양화, 자녀 세대의 기피, 상속세 부담, 그리고 복잡한 사후관리 요건 등 여러 문제로 인해 승계를 포기하고 폐업이나 매각을 선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최근 인천 기계산업단지에서 50년간 철강 제품을 생산해 온 A 업체 대표는 자녀 승계를 포기하고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업황이 나쁘고 업종 전환도 어렵다는 판단이 컸다. 이는 산업단지 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소유주 중 약 27.5%가 승계를 하지 않거나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로는 '기업 환경이 너무 어려워 자녀에게 부담을 지우기 싫어서'가 가장 많았고, '업종 전망이 불투명해서', '자녀가 원하지 않아서'가 뒤를 이었다. 이렇게 승계를 주저하다 결국 매각이나 폐업을 선택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선택이 단순히 한 기업의 종결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의 폐업은 곧 고용의 붕괴와 지역 경제의 약화로 이어진다. 특히 제조업의 중심이 되는 산업단지 내에서는 공장 부지를 쪼개 소규모 임대사업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급증하며, 산업단지 전체가 영세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한국 제조업 생태계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와도 같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 오너들은 "아직 회사를 물려줄 준비가 안 됐다"며 승계를 뒤로 미루고 있다. "지금 자녀에게 넘기라는 말이냐"라며 불쾌해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가업승계란 단지 오늘 당장 회사를 넘기라는 의미가 아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언제 물려줄 것인가'가 아니라, '지금부터 어떤 준비를 해나갈 것인가'다. 승계는 하루아침에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준비가 부족하면 상속세 부담과 경영권 갈등이라는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준비 없이 맞는 가업승계는 기업의 존립을 흔들 수 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K사는 창업주 사후 200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감당하지 못해 주력 공장을 매각했고,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반면, 또 다른 정밀기계 제조업체 G사는 가업상속공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600억 원의 공제를 받고 안정적인 세대교체에 성공했다. 이처럼 사전에 제도를 이해하고 활용하면, 세금 부담을 줄이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인식하고 가업승계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꾸준히 마련해 왔다. 대표적인 제도로는 가업상속공제, 증여세 과세특례, 연부연납, 납부 유예 등이 있다. 특히 최근 개정된 제도를 통해 가업상속공제 한도가 상향되고, 근로자 수와 급여 유지 요건이 완화되는 등 기업의 부담이 실질적으로 줄었다. 생전 증여 시에는 최대 120억 원까지 10%의 낮은 세율을 적용받을 수 있고, 상속세는 최대 20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는 연부연납도 가능해졌다.
그 중 납부유예 제도는 사후관리 기간이 5년으로 짧고 업종 변경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에 매력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물론 담보 제공이 필요하고, 다른 공제와의 중복 적용은 제한되지만, 기업의 경영상 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수단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세금 문제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사람'의 문제다. 가업승계를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은 오히려 세금보다 더 깊고 오래가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식품 제조업체 S사는 충분한 준비 없이 가업을 승계했다가 형제간 분쟁이 발생했고, 결국 기업을 분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반대로 가족 간 명확한 역할 정립과 사전 합의를 통해 원만한 승계를 이룬 사례도 있다. 결국, 성공적인 가업승계는 제도적 이해뿐 아니라 가족 내 소통과 신뢰 형성이 함께 이뤄져야 가능하다.
또한 가업승계는 단순히 자산을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경영철학과 기업가 정신을 다음 세대에 전하는 일이다. 따라서 경영권을 실제로 이양하기 전까지 일정 기간 후계자가 회사에 참여해 실무를 익히고,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과정을 통해 후계자는 책임감을 갖게 되고, 조직도 자연스럽게 새로운 리더십을 받아들이게 된다.
중소기업의 가업승계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경제 전체의 과제다. 창업 세대가 쌓아온 기술력과 경영 노하우가 다음 세대로 안정적으로 이전되지 못한다면, 수십 년간 이어온 기업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있다. 그 여파는 고용,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뿐 아니라, 기업인의 인식 전환과 사전 준비가 필수적이다.
가업승계는 어렵고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하면, 그 부담은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제도는 이미 충분히 마련되어 있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의지'와 '전략'이다. 성공적인 승계의 열쇠는, 바로 오늘부터 준비를 시작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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