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폭발적인 대중화로 대표되는 전환기적 시대를 맞아 글로벌 자본시장의 무게중심 역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과거 시장의 주도권이 반도체·데이터센터·전력망과 같은 하드웨어 인프라 선점 경쟁에 집중됐다면 최근에는 인공지능 시스템이 학습할 원천 데이터와 독창적 콘텐츠를 보유한 지식재산권(IP) 중심 기업으로 투자 수요가 급격히 쏠리는 양상이다.
실제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는 원본 콘텐츠와 핵심 IP를 확보한 기업들을 집중 편입한 상장지수펀드(ETF)가 새로운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으며, 이는 AI 산업의 본질이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무형의 원천 자산 확보 경쟁으로 진화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인터넷상에 공개된 방대한 데이터와 저작물을 사실상 무단 수집해 AI 시스템을 학습시키는 방식이 산업 전반에 관행처럼 활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산업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면서 원작자와 콘텐츠 기업들의 집단 소송 및 강력한 법적 대응이 이어졌고, 유럽연합(EU)의 AI법처럼 데이터 출처와 활용 과정에 대한 투명성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 환경까지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다.
최근 글로벌 산업계에서는 고품질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는 라이선싱 계약 구조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 경쟁력은 단순한 기술 구현 능력이 아니라 독점적 데이터와 콘텐츠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통제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변화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독자적인 사업 모델을 구축하려는 중소·벤처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즉, 지식재산권 확보 여부가 시장 생존과 협상력을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최근 디지털 자산 시장의 핵심 축으로 부상한 토큰증권발행(STO) 시장 역시 기존 부동산 중심 구조에서 특허권·저작권·콘텐츠 로열티 등 비정형 지식재산권 자산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STO 시장은 부동산 수익증권을 중심으로 성장했지만 세제 부담과 규제 리스크, 수익성 한계 등이 부각되면서 새로운 투자 대안에 대한 요구가 커졌다.
반면 특허권이나 콘텐츠 로열티와 같은 무형 자산은 희소성과 확장성을 동시에 갖춘 미래형 자산으로 평가받으며 높은 시장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는 곧 지식재산권이 단순한 법률적 권리를 넘어 실질적인 투자 자산이자 금융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음을 의미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소기업 경영에 있어 지식재산권은 더욱 전략적인 의미를 갖는다. 독점적·배타적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특허와 상표, 저작권은 제한된 자본과 인력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수단에 가깝기 때문이다.
실제로 극심한 자금난 속에서도 지식재산권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 결과 회생 절차를 밟던 생활용품 제조기업 K사가 불과 5년 만에 세계적인 강소기업으로 재도약한 사례나 헬스케어 기업 B사가 다수의 특허권을 기반으로 동남아시아 등 해외 신시장 개척에 성공한 사례는 이제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반대로 우수한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도 적절한 시기에 권리화를 진행하지 못해 지식재산권 선점에 실패한 기업들은 경쟁사의 모방 제품 공세에 시장 점유율을 빼앗기거나 오히려 거대 기업으로부터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휘말려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결국 기술 개발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얼마나 신속하고 전략적으로 권리화하느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식재산권은 단순한 기술 보호 차원을 넘어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재무 리스크를 해소하고 세무 구조를 개선하는 핵심 재무 전략 수단으로도 기능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특허 자본화 전략이다. 이는 대표자나 임원이 개인 자격으로 보유하고 있는 특허나 핵심 기술을 객관적인 가치평가 절차를 거쳐 법인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대표이사의 합법적인 현금 확보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세무조사의 주요 표적이 되는 가지급금 문제나 기업가치를 왜곡시키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을 효과적으로 정리할 수 있다.
또한 해당 평가금액을 현물출자 방식으로 자본금에 반영하면 자본총액이 증가하면서 부채비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는 금융권 대출 심사 과정에서 기업 신용도를 높여 자금 조달 비용을 절감시킨다. 또한 조달청 공공입찰이나 대기업 협력사업 참여 시 재무 건전성 평가에서도 상당한 가점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지식재산권은 세대 정비와 가업 승계 전략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특허 출원 단계에서 기술력과 사업 역량을 갖춘 후계자나 자녀 명의로 권리를 확보한 뒤 이를 활용해 자본 증자를 실행하는 방식은 중소기업 승계 과정에서 매우 효과적인 전략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확보한 무형자산은 법인세법상 일정 기간 감가상각을 통해 비용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의 순자산가치와 순손익가치를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다만 이러한 지식재산권의 전략적 활용과 특허 자본화 과정은 법률·세무적 요건과 사후 검증 절차가 매우 까다로운 영역이라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허 출원과 권리 이전 과정에서 해당 기술에 대한 실질적 개발 기여도를 입증하지 못할 경우 과세당국으로부터 특수관계자 간 부당행위계산 부인 등의 문제를 제기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 노트, 기술개발 보고서, 회계 영수증 등 객관적인 입증 자료를 체계적으로 보관해야 하며, 독립된 감정평가 기관을 통한 정밀한 가치 산정 절차 역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자체적인 법무·세무 시스템이 취약한 중소기업일수록 독단적인 실행보다는 초기 기획 단계부터 지식재산권과 기업 세무에 정통한 전문가의 자문을 통해 사내 보상 체계와 임직원 공표 절차 등을 명확히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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