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발명보상제도, 완벽한 규정도 분쟁을 막지 못한다

2025-10-30



직무발명보상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세제 혜택과 기술 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 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현실이 있다. 아무리 치밀하게 규정을 마련해도 직무발명 보상금을 둘러싼 분쟁은 계속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대기업에서 수많은 직무발명에 대해 일률적인 보상금을 지급하는 사칙 방식을 채택하고 있지만, 발명의 실제 가치와 지급된 보상금 간의 격차로 인한 분쟁이 급증하고 있어 중소기업들도 이런 위험성을 미리 인지하고 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직무발명보상제도는 종업원이 업무와 관련하여 발명한 특허권을 기업이 승계받는 대신 발명자에게 정당한 보상을 제공하는 제도다. 기업으로서는 연간 700만 원 한도의 비과세 혜택과 연구개발비 25% 세액공제, 각종 국가 지원사업 인센티브 등 상당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발명자도 금전적 보상 외에 안식년, 유학, 해외연수, 희망 직무 선택권 등 다양한 형태의 보상을 받을 수 있어 표면적으로는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유리한 제도로 보인다.

문제는 발명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이에 상응하는 보상을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대기업들은 연간 수백, 수천 건의 직무발명을 처리해야 하므로 개별 발명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보상보다는 사칙을 통한 일률적인 보상 체계를 선호한다. 하지만 이런 획일적 접근은 필연적으로 실제 발명 가치와 지급 보상금 간의 괴리를 만들어낸다.

실제 분쟁 사례를 보면 그 심각성이 드러난다. 글로벌 전자 기업 D사에서 7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한 개발자는 수십 개의 핵심 기술을 개발했지만, 회사 사칙에 따라 건당 몇십만 원의 보상금만 받았다. 그런데 퇴사 후 회사가 자신의 특허 9건을 포함한 29개 특허를 해외 기업에 수십억 원에 라이선스한 사실을 알게 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는 사칙에 따라 적정한 보상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실제 경제적 가치에 비해 보상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거액의 추가 보상을 명령했다.

이런 분쟁의 핵심은 발명자들이 재직 중에는 회사 눈치를 보며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지만 퇴사 후에는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한다는 점이다. 통신장비 제조업체 E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핵심 연구진이 개발한 5G 관련 기술이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되어 수백억 원의 로열티 수입을 올렸지만, 개발자들은 사칙에 따라 각각 100만 원의 보상금만 받았다. 이들이 집단으로 퇴사한 후 소송을 제기하자 회사는 예상치 못한 거액의 보상금과 소송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법원의 판단 기준도 기업에는 부담스럽다. 법원은 직무발명 보상금 규정을, 발명자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으로 해석하여 종업원에게 불리한 규정이나 계약을 무효로 본다. 따라서 회사가 보상금 지급 시 추가 권리를 주장하지 않겠다는 서면 동의받았더라도 이후 소송에서는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발명의 경제적 가치, 회사 기여도, 발명 과정에서의 회사 지원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당한 보상'인지를 판단하기 때문에 사전에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제도 도입 시점부터 보상 기준을 최대한 명확하고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단순히 특허 출원이나 등록 건수에 따른 정액 지급보다는 발명의 기술적 난이도, 상업적 가치, 예상 수익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내 직무발명보상제도 위원회의 구성도 중요하다. 대표와 특허 담당자, 직원 대표만으로는 객관성을 확보하기 어려우므로 외부 전문가를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기술 가치 평가 전문 기관이나 대학교수, 변리사 등이 참여하면 보상 결정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발명자가 보상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경우를 대비한 재심 절차와 조정 방안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정기적인 보상 기준 업데이트도 필수적이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고 시장 환경이 계속 변화하는 상황에서 몇 년 전에 정한 보상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 현실과의 괴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발명자와의 지속적인 소통이다. 보상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발명자가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 또한 보상이 단순히 금전적 가치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발명자의 성장과 경력 개발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기업 자체적으로 진행하기는 어려운 부분이기에 전문가의 의견을 구해 함께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는 기업의 다양한 상황과 특성에 맞춰 법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위험을 분석한 사례를 통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사내근로복지기금, 가지급금 정리, 임원 퇴직금, 제도정비, 명의신탁주식, 기업부설연구소, 직무발명보상제도, 기업인증,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신규법인설립, 상속, 증여, CEO 기업가정신 플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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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언 기업컨설팅 전문가

  • 現)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 現) 전자신문 기업성장지원센터 전문위원
  • 前) 한화그룹 근무
  •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