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을 운영하다 보면 영업이익이 누적돼 '이익잉여금'으로 쌓인다. 이는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배당으로 분배할 수 있지만, 배당 시 높은 소득세 부담 때문에 많은 기업이 이를 유보한다. 문제는 일부 대표들이 세금을 회피하려고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인출하면서 발생한다. 회계상 이를 '가지급금'으로 처리하는데, 겉으로는 법인이 대표에게 돈을 빌려준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법인의 자금이 업무 외 용도로 유출된 상태다. 발생한 가지급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로 불어나고, 폐업이나 주식 매각 시에는 한꺼번에 막대한 세금이 부과된다.
가지급금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다. 대표이사가 개인 용도로 자금을 사용한 경우, 거래처 리베이트나 접대비 지출처럼 증빙이 부족한 경우, 법인 설립 시 자본금을 실제 납입하지 않은 경우, 분식회계나 임금 지급 과정에서 증빙 누락이 발생한 경우 등이다. 이런 자금은 세법상 '업무 무관 가지급금'으로 분류돼 매년 인정이자(2025년 기준 4.6%)를 계산해 법인에 지급해야 한다. 이를 지급하지 않으면 인정상여로 처분돼 대표 개인의 소득세와 4대 보험료 부담이 함께 늘어난다.
유통회사인 K사의 강 대표는 매년 수억 원의 이익을 내고 있었지만, 세금을 아낀다는 생각에 회사 자금을 수시로 인출했다. 처음엔 단순히 장부상 가지급금 항목이 늘어나는 정도였으나, 5년이 지나자 인정이자와 세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금융기관 대출 심사에서도 '재무구조 불량' 판정을 받아 운영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세무조사 위험까지 커졌다. 결국 강 대표는 급여 인상과 배당을 병행해 몇 년에 걸쳐 가지급금을 해소했지만, 그 과정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부담해야 했다.
가지급금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폐업하거나 주식을 매각하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세법은 이를 대표가 회사 이익을 가져간 것으로 간주해 전액을 소득세 과세 대상으로 본다. 상속이 발생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상속인은 가지급금을 부채로 공제받기 위해 반드시 이를 상환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상속재산에 포함돼 세금 부담이 늘어난다. 특히 가업승계 시에는 가지급금이 '사업무관자산'으로 분류돼 각종 상속·증여세 공제나 특례 적용이 배제된다.
가지급금이 초래하는 불이익은 세금 문제에만 그치지 않는다. 법적·형사적 책임 위험도 있다. 가지급금은 적법한 절차를 거친 지출이 아니므로, 경우에 따라 대표이사는 횡령이나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금융기관이나 투자자들이 재무제표를 검토할 때 가지급금을 '부실자산'으로 평가해 신용등급을 낮추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신규 투자 유치, 대출, 기업 매각 협상 등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된다.
세무조사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국세청은 매년 세무조사 대상 선정 시 가지급금 보유 기업을 주요 표본으로 삼는다. 특히 가지급금이 이익잉여금 대비 일정 비율 이상이거나 장기간 해소되지 않은 경우, 탈세 의혹을 강하게 의심받는다. 조사 과정에서 가지급금 외에도 미처분이익잉여금, 명의신탁 주식, 가지급금 발생 거래의 적정성 등이 추가로 검증되므로 리스크가 연쇄적으로 확산된다.
가업승계 관점에서도 가지급금은 치명적이다. 상속세·증여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가업상속공제 제도를 활용하려면 '사업무관자산 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해야 하는데, 가지급금이 과도하면 공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이로 인해 상속세가 수백억 원까지 급증해, 결국 회사를 매각하거나 지분을 외부에 넘겨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러한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는 사전에 철저한 계획이 필요하다. 대표의 급여나 상여금을 인상하거나, 현실적 퇴직금을 지급해 상환하는 방법, 배당금으로 정리하는 방법, 또는 대표 개인이 보유한 부동산·상표권·주식을 법인에 양도하는 방식 등이 있다. 단, 특수관계인 거래에 따른 세법상 부당행위 계산 부인 규정, 양도소득세, 의제배당 등 각종 세무 규정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회계상 오류 수정도 하나의 방법이다. 증빙이 부실해 임시로 처리한 금액이라면 전기오류수정손실로 상계할 수 있지만, 이 경우 증빙 불비 가산세가 부과될 수 있다. 또한 가지급금 해소 과정은 단기적인 절세 효과보다 장기적인 재무 건전성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결국, 가지급금 문제는 단순한 회계상의 숫자가 아니라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경영 리스크다. 법인의 자금은 철저히 회사의 목적 사업에 맞게 집행하고, 개인적 자금 수요가 있다면 급여·배당 등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더욱이 변경되는 세법과 관련 정책은 가지급금 정리에 제약이 될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는 기업의 다양한 상황과 특성에 맞춰 법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위험을 분석한 사례를 통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사내근로복지기금, 가지급금 정리, 임원 퇴직금, 제도정비, 명의신탁주식, 기업부설연구소, 직무발명보상제도, 기업인증,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신규법인설립, 상속, 증여, CEO 기업가정신 플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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