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인 중소·중견기업은 창업자의 열정과 오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그러나 창업 1세대 경영자가 고령화되면서 가업승계는 이제 기업 존속을 좌우하는 중요한 과제가 됐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의 상속세율은 가업승계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 부담을 발생시켜 기업의 지속성을 위협하는 가장 큰 리스크로 꼽힌다. 이러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대표적 제도가 '가업상속공제'다.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을 승계할 경우 최대 600억 원(최근 개정안에 따라 최대 1,200억 원까지 확대 가능)의 상속세 과세가액을 공제받을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세금 감면을 넘어, 기업이 단절되지 않고 다음 세대로 원활히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한다. 다만, 업종 요건·지분율·대표이사 재직 기간 등 까다로운 사전 요건과 고용·자산 유지 등의 사후관리 의무를 충족해야 한다는 점에서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최근 개정된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도 주목할 만하다. 법인 주식 승계 시 기존 100억 원이었던 과세특례 적용 한도가 경영 기간에 따라 최대 300억 원까지 확대되었고, 공제금액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상향됐다. 세율 역시 120억 원 이하 분은 10%, 초과분은 20%로 적용돼 일반 증여세율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사후관리 기간도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되면서 사전 증여를 통한 승계 플랜의 실효성이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제도가 있더라도 현실에서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기업가치 200억 원의 제조업체를 상속할 때 장남만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충족하고 다른 상속인들이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다면, 해당 상속분에는 공제가 적용되지 않아 막대한 세금이 발생한다. 부동산 비중이 높은 자산 구조에서는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부동산을 급매하거나 대출을 받아야 하며, 경우에 따라 기업 매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강남 지역에서 거래되는 부동산 매물 중 약 40%가 상속과 관련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이러한 이유로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해 세금을 장기간 분할 납부하는 전략이 활용되기도 한다. 가업상속재산의 경우 최대 20년까지 연부연납이 가능해 유동성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다만 매년 잔여 세액에 대해 정부가 정한 이자(2025년 기준 연 3.1%)를 부담해야 하며, 담보 제공과 세무서장의 허가 절차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세심한 재원 계획이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가업승계 절세 전략의 핵심을 '사전 설계'에 두고 있다. 유언장 작성, 가족회의, 주주 간 계약, 신탁 설정 등을 통해 승계 구조를 명확히 하고,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 과세특례 등 세제 혜택을 병행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금융자산 활용, 일부 부동산 매각, 대출 한도 점검 등 세금 재원 마련 방안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기도 안산의 자동차부품 제조업체 D사는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사전에 갖추지 못해 기업가치 100억 원 중 최대 4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으로 인해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반대로 요건을 충족하고 증여세 과세특례와 연부연납제도를 전략적으로 병행 활용한 기업은 세금 부담을 크게 줄이며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국내 약 21만 개의 중소기업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매각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한다. 상속세 부담과 까다로운 사후관리 요건이라는 제도적 한계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세법 개정으로 혜택이 확대된 만큼 대표자들은 지금부터라도 요건 검토와 실행 계획에 나설 필요가 있다. 가업승계는 단순한 재산 이전을 넘어 기업의 생존과 가족 화합, 나아가 국가 경제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제도 변화에 맞춰 준비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며, 이는 세금 부담을 넘어 기업의 존속 여부를 가르는 요인이 된다. 특히 가업승계는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과정이 아니므로 최소 5~10년 전부터 계획을 수립해 실행해야 한다. 후계자의 경영 참여 기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사전 증여를 통해 세 부담을 분산하며, 주식 지분과 경영권을 일치시키는 구조를 마련해야 불필요한 가족 간 분쟁을 줄일 수 있다.
더불어 제도 개정과 정부 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시기별로 최적의 절세 전략을 조정하는 유연함이 요구된다. 가업승계는 단순한 상속세 절감 수단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경영 기반과 국가 경제의 지속 성장을 지키는 장기 프로젝트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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