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판결이 기업 경영환경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024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 판단 기준 중 하나였던 '고정성' 요건을 폐기했다. 그동안 통상임금 범위에서 제외되었던 정기상여금이나 복지포인트 등도, 지급 방식에 따라 통상임금에 포함될 수 있다는 판결이었다. 이는 단순한 해석 변화가 아닌, 기존 급여체계 전반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신호탄이었다. 퇴직금, 초과근로수당, 4대 보험료 등이 모두 영향을 받게 되면서,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하는 현실에 직면한 것이다.
이처럼 제도적 변화로 인해 고용 비용이 급격히 증가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하면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인 인사 전략을 세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제도가 바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이다. 과거에는 대기업 위주의 선택지로 여겨졌지만, 지금은 중견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병의원 등 다양한 규모와 업종에서 실제로 도입해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은 「근로복지 기본법」 제50조 및 제52조에 따라 설립되는 비영리 법인이다. 사업주가 일정 금액을 출연해 회사와는 별개의 기금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근로자들의 생활 안정과 복지 향상을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수행하는 구조다. 주택자금, 생활안전자금, 자녀 학자금, 경조사비, 보육비, 문화활동비 등 다양한 복지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으며, 그 혜택은 근로자에게 직접 전달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이 기금에서 지급되는 모든 금품을 '임금'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통상임금이나 퇴직금 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소득세, 증여세, 4대 보험료 부과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는 곧 기업 입장에서 급여 외 복지 비용을 부담하면서도 인건비 항목으로 인한 법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처럼 통상임금의 범위가 확대된 환경에서는 더욱 절실한 대안이 아닐 수 없다.
사내근로복지기금이 실제로 어떤 효과를 주는지 살펴보면 이해가 쉬워진다. 예를 들어, 월 500만 원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에게 회사가 급여 항목으로 복지성 금액 60만 원을 추가로 지급할 경우, 세금과 4대 보험료를 공제하고 나면 실수령액은 상당히 줄어든다. 하지만 동일한 금액이 사내복지기금에서 지급된다면 세금 부담 없이 온전히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근로자가 체감하는 복지효과는 더 크다.
기업의 관점에서의 이점도 매우 크다. 우선 출연한 기금은 전액 손비로 처리할 수 있어 법인세 절감 효과가 있으며, 기금 출연 자체가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절세 수단으로도 유용하다. 특히 이익이 많이 발생한 해에 기금을 출연하면, 초과 이익에 따른 법인세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또, 기금은 인건비가 아닌 별도 항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기존 급여 구조를 흔들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복지비용을 운용할 수 있다.
이처럼 복지기금은 단순한 복지 강화 수단이 아니라, 세무 전략이자 리스크 관리 도구로서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다. 실제로 삼성, SK, 포스코, KT, CJ 등 국내 유수 대기업들은 수백억 원대의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설립하고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쉽게 알기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병의원에서도 기금 도입 사례가 계속 늘고 있다. 복지 수준이 열악하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복지수단으로 사내근로복지기금을 선택하는 것이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복지기금지원사업'도 이러한 흐름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정부는 사내복지기금을 운영하는 기업에 대해 연간 최대 2억 원까지, 지출 비용의 최대 50%를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공동기금 방식의 도입을 장려하고 있다. 대기업이 협력업체와 함께 복지기금을 운영할 경우, 정부가 추가 지원을 하게 되므로 실질적인 복지 혜택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이는 중소기업 단독 운영의 부담을 완화하는 동시에, 공급망 전반의 복지 수준을 끌어올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복지기금은 기업의 전략적 도구로도 활용될 수 있다. 바이오 기업 L사는 복지기금을 통해 임직원에게 주택자금 대출, 학자금 지원, 경조금 등을 제공하며, 인재 유치와 조직 안정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건설업체 S사는 미분양 아파트를 기금에 출연해 자산을 정리하고 법인세를 절감했으며, 식품기업 W사는 가업 승계 과정에서 보유 지분 일부를 기금으로 이전해 상속세 부담을 줄이면서 직원복지도 실현했다. 모두 복지기금을 활용해 재무, 인사, 세무 전략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사례다.
기금 설립 절차도 비교적 간단하다. 법인 정관, 준비위원회 구성, 출연확인서, 사업계획서 등의 서류를 갖추어 고용노동부에 신청하면 되고, 복지기금협의회는 노사 각 2인 이상 10인 이하로 구성하면 된다. 일반적으로 직전 연도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의 5% 정도를 출연 기준으로 삼지만, 기업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물론 모든 기업에 일률적으로 적용되는 해법은 아니다. 기업의 규모, 업종 특성, 재무 상태에 따라 도입 방식이나 기대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기금의 자산운용이나 목적사업의 집행 등에서는 법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에, 제도 도입 전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하고, 맞춤형 설계를 거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는 기업의 다양한 상황과 특성에 맞춰 법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위험을 분석한 사례를 통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사내근로복지기금, 가지급금 정리, 임원 퇴직금, 제도정비, 명의신탁주식, 기업부설연구소, 직무발명보상제도, 기업인증,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신규법인설립, 상속, 증여, CEO 기업가정신 플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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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기업컨설팅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