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속을 위한 전략으로 준비해야 하는 가업승계

2026-06-08



회사를 물려주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지분 50% 이상을 확보하면 경영권 승계가 수월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못한 경우가 부지기수다. 비상장 중소기업 상당수는 10년, 20년 전 만들어진 정관을 그대로 쓰고 있다. 개정상법은커녕 창업주에게 오히려 불리한 조항이 남아있기도 하다. 문제는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뒤 벌어진다. 경영권 없는 소수주주, 즉 상속인들이 소수주주권을 행사하며 회사 경영에 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분율만 챙겼다고 끝이 아니다. 정관부터 손봐야 분쟁의 씨앗을 뽑을 수 있다. 세금 문제는 더 골치 아프다.

1997년 도입된 가업상속공제는 그간 여러 차례 개정되었다. 공제 한도는 1억 원에서 시작해 2012년 100억~300억 원, 2013년 200억~500억 원을 거쳐 2023년 600억 원까지 늘었다. 대상 기업 범위도 처음엔 중소기업에 한정됐다가 2009년 매출 1천억 원 미만 중견기업, 2013년 3천억 원 미만, 2023년 5천억 원 미만으로 계속 확대됐다. 가업 물려받은 뒤 업종, 자산, 고용을 유지해야 하는 사후관리 기간도 10년에서 7년, 다시 5년으로 줄었다.


승계 성공 여부는 준비에서 갈린다. 한국에서 가업승계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세율이다. 상속세 최고세율 50%는 OECD에서 일본 55% 다음으로 높다. OECD 평균 26.6%의 거의 두 배다. 최대주주 지분이면 60%까지 뛴다. 더 황당한 건 회사를 잘 키울수록 상속에서 손해를 본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 기업은 승계를 앞두고 일부러 실적을 낮추거나 투자를 미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업력 10년 이상 기업 600 곳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제도를 잘 안다는 응답자 중 57.1%가 이용할 생각이 없거나 망설인다고 잡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후관리 요건이 까다로워 기업을 키우는 데 오히려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같은 조사에서 가업승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조세부담 79.8%, 정부 지원 부족 29.6%, 후계자 교육 부재 24.8%가 꼽혔다. 지원은 늘었지만 체감도는 낮다.

일본은 세율이 높아도 별도 법률인 경영승계원활화법을 만들어 유류분 특례, 납세 유예, 금융 지원 등을 패키지로 제공한다. 장수기업이 이어질 수 있는 배경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우리 정부도 손을 쓰고 있다. 2025년 7월 세제개편안에 규제 완화와 지원 확대가 담겼고, 같은 해 말 국회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매출 5천억 원 미만 중견기업으로 넓히고 공제액을 600억 원으로 올렸다. 영농상속공제는 30억 원이다.


증여세 과세특례도 올해부터 바뀐다. 한도가 100억 원에서 600억 원으로, 공제액도 5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올랐다. 세율은 기본 10%, 30억 초과분 20%에서 기본 10%, 60억 초과분 20%로 조정됐다. 사후관리도 증여 후 5년 내 대표 취임, 7년간 지분 유지에서 3년 내 취임, 5년간 유지로 완화됐다.

그렇다고 공제를 받는 게 쉬운 건 아니다. 상속인은 가업 전체를 물려받고 신고 기한까지 임원이 돼야 한다. 신고 기한 후 2년 안에 대표가 돼야 한다. 재산을 처분하거나, 대표 자리를 비우거나, 업종을 바꾸거나, 1년 넘게 쉬거나, 문을 닫거나, 지분을 줄이거나, 정규직 수를 못 지키면 공제받은 돈을 토해내고 추가 세금까지 물린다. 가업상속공제가 안 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동산이나 주식을 미리 증여하거나, 신주를 발행해 넘기거나, 후계자가 새 법인을 세워 기존 법인과 합치는 식이다. 새 법인 합병 방식은 후계자가 받은 자금과 본인 소득으로 회사를 만들고, 키운 뒤 부모 회사와 합치는 구조다. 소유권과 경영권을 넘기기도 쉽고 사후관리에서도 자유롭다. 단, 일감 몰아주기, 사업 기회 제공, 부당행위계산부인 같은 리스크가 따른다.

가족 간 분쟁도 대비해야 한다. 승계 과정에서 생기는 다툼은 의사결정, 주식, 구조조정 등 여러 갈래지만 경영권과 세금 문제가 제일 잦다. 전문가 도움을 받아 미리 준비하거나, 후계 구도와 절차를 확정해 공표하면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주가 관리와 상속 재원 확보, 제도 손질도 함께 가야 한다. 주가가 낮을 때 미리 지분을 넘기고, 예상 세금을 계산해 돈을 준비해둬야 한다. 가업승계는 단기전이 아니다. 지배구조를 꼼꼼히 살피고, 사후관리와 세무, 법률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결국 5만6천여 개 제조 중소기업이 폐업 대신 재도약할 수 있느냐는 개별 기업 문제를 넘어 국가 제조업 존립의 문제다. 정부는 법 제정과 세제 손질에서 그치지 말고 현장이 느낄 수 있는 실질적 유인책을 내놔야 한다. 기업들도 승계를 단순히 재산 물려주기가 아니라 기업 지속을 위한 전략 과제로 보고 장기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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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광석 기업컨설팅 전문가

  • 現)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 前) 전자신문 기업성장지원센터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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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환 기업컨설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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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前) 전자신문 기업성장지원센터 전문위원
  • 前) 조세일보 기업지원센터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