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 가업승계, 상속·증여세 부담으로 위기 가업상속공제·증여세 특례로 세금 부담 완화 사전 준비·전략적 제도 활용이 안정적 승계의 핵심
평생을 바쳐 일군 기업을 자녀에게 물려주는 일은 많은 중소기업 경영자의 숙원이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중소기업의 약 80%가 상속 및 증여세 부담 때문에 가업승계 포기를 고민한다는 조사 결과는 우리 경제의 뼈아픈 현실을 보여준다. 한국의 상속 및 증여세 최고세율은 50%에 육박하며, 재무구조가 탄탄하지 못한 중소기업에 가업승계는 기업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가업승계를 지원하는 제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가업상속공제와 가업승계 증여세과세특례제도가 대표적이다. 가업상속공제는 10년 이상 경영한 기업을 부모 사망 후 자녀가 물려받을 때 적용되며,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상속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가업특례증여는 생전에 부모가 자녀에게 미리 주식을 증여할 때 일반 증여세율이 아닌 특례 세율을 적용해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최근 들어 이 제도들은 더욱 실효성 있게 개선됐다.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매출 4천억 원 미만에서 5천억 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혜택받을 수 있게 됐다. 공제 한도 역시 기업 운영 기간에 따라 상향 조정됐다. 10년 이상 20년 미만 운영한 기업은 20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20년 이상 30년 미만은 300억 원에서 400억 원으로, 30년 이상은 500억 원에서 600억 원으로 늘어났다.
사후관리 기간도 7년에서 5년으로 단축되어 기업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과거에는 가업 승계 후 7년간 업종 변경이 불가했고, 근로자 수나 총 급여액 조정도 어려웠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조건들이 완화되거나 삭제됐으며, 기업 자산 처분 제한도 20%에서 40%로 확대됐다. 이는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가업승계 증여세과세특례제도의 변화는 더 주목할 만하다. 기존에는 100억 원 한도 내에서 5억 원을 공제한 후 일반 증여세율을 적용했지만, 이제는 최대 1천억 원 한도 내에서 10억 원을 공제하고 60억 원 이하는 10%, 60억 원 초과는 20%의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 적용 한도를 10배나 증가시킨 이번 개정으로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 혜택받을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200억 원 상당의 가업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일반 증여세는 약 92억 원이지만 가업승계 증여특례를 활용하면 약 26억 원으로 줄어든다. 66억 원이 넘는 차이다.
하지만 2025년부터 적용되는 개정 사항 중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증여자의 대표이사 재직 요건이 강화된 것이다. 이제는 전체 가업 영위 기간의 50% 이상, 그리고 증여일부터 소급하여 10년 중 5년 이상 대표이사로 재직해야 한다. 과거에는 임원으로만 재직해도 인정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실질적으로 회사를 이끈 최고경영자여야 한다는 의미다. 이는 형식적인 승계가 아닌 진정한 경영 승계를 유도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
긍정적인 변화도 있다. 사업무관자산 판단 기준이 합리화되어, 임직원 사택이나 학자금 대여금, 주택자금 대여금 등이 사업무관자산에서 제외됐다. 과거에는 임직원 복지 차원에서 제공한 이런 혜택들이 사업무관자산으로 분류되어 억울한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는 기업의 실질적인 복리후생 정책이 인정받게 됐다. 또한 과다 보유 현금 기준이 직전 5년 평균의 150% 초과에서 200% 초과로 완화되어 기업 경영의 유연성이 확보됐다.
한 주물 제조업체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표는 전문가와 함께 가업승계를 준비하면서 가업상속공제와 증여세과세특례제도를 비교해 기업 환경에 적합한 제도를 선택했다. 하지만 배당하지 않고 누적시킨 미처분이익잉여금이 기업 가치와 주식 가치를 높여놓아 문제가 됐다. 대표는 자사주 매입을 통해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줄이고, 주식 가치가 낮아진 시점에 사전 증여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절감했다. 또한 보유 부동산을 매도해 세금 재원을 마련하면서 성공적으로 가업승계를 완료할 수 있었다.
반면 준비 없이 승계를 진행한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한 중견 제조업체는 창업주가 미리 지분을 정리하지 못한 채 별세했고, 상속 과정에서 지분이 분산되며 가족 간 분쟁이 발생했다. 결국 회사를 매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창업주가 미리 아들에게 지분을 증여해 경영권을 정리한 기업은 상속 개시 후에도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가업상속공제는 단순한 절세 수단이 아니다. 후계자가 회사를 안정적으로 승계하도록 돕는 장치이자, 세대 간 기업을 이어주는 징검다리다. 준비 없는 승계는 기업을 위태롭게 하지만, 철저한 준비와 제도 활용은 기업을 지켜내는 든든한 기반이 되므로 최소 5년 이상의 기간을 가지고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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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기업컨설팅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