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상장사는 물론 비상장 중소기업들까지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그간 자사주는 주가 부양, 유동성 확보, 경영권 방어 등 다양한 목적에 활용되어 왔지만, 제도 변화가 본격화되면 이와 같은 전략적 활용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자사주는 회사가 자기 명의로 취득한 주식으로, 상법상 정해진 요건 하에 보유하거나 재처분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주주 환원이나 주가 안정 등을 목적으로 매입되며, 특히 시장 신뢰 회복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우호 세력이나 제삼자에게 이전할 경우, 의결권이 되살아나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될 수 있어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최근 A사가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를 활용하려다 투자자 반발로 계획을 철회한 사례는 이러한 논란의 단적인 예다.
정치권은 자사주가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자사주를 매입한 뒤 장기간 보유하거나 특정 세력에 저가로 이전하는 관행은 시장의 투명성을 훼손할 뿐 아니라, 소액주주의 권익 보호에도 반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취득 후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임직원 보상 등 일부 예외를 제외한 나머지 자사주는 보유 시점과 관계없이 일괄 소각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에 대해서도 유예 기간을 두고, 2027년 3월까지 모두 처리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비단 상장사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중소·비상장기업들도 자사주를 재무 리스크 관리, 지분구조 개선, 가업승계 준비 등 다양한 전략적 목적으로 활용해 왔다. 실제로 식품 제조업체 D사는 급증한 이익잉여금으로 인해 배당이나 급여 인상이 어려워지자, 자기주식 취득을 통해 초기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와 잉여금 정리를 동시에 해결한 바 있다. 이처럼 자기주식은 자산 유동화를 통해 현금 유입을 실현하고, 경영권 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
세무 측면에서도 자기주식은 유리한 수단으로 꼽힌다. 상여나 배당에 비해 세율이 낮고 4대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절세 효과가 있으며, 세법상 과세표준 3억 원 이하에는 10~20%의 세율이 적용돼 세 부담도 적다. 가업승계, 가지급금 해소, 명의신탁 정리 등에도 유효하게 쓰일 수 있어 중소기업에게는 사실상 복합적인 문제 해결책이 되어왔다.
그러나 자사주를 활용한 이 같은 전략은 향후 법제화에 따라 크게 제한될 가능성이 있다. 소각 의무화가 시행되면 자사주를 활용해 지분 구조를 재편하거나, 재무 구조를 정비하려는 시도는 원천적으로 차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사주 매입이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고, 보유 자체가 규제 대상이 되는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는 이번 논의가 자사주 규제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미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며, 향후 집중투표제,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차등의결권 및 포이즌필 제도 도입 등 지배구조 전반을 흔드는 법안들이 잇따라 논의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자사주 소각 의무화까지 현실화되면, 중소기업은 경영권 방어 수단을 사실상 상실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중소기업은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이미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향후 제도 변화에 어떻게 대비할지를 빠르게 검토해야 한다. 소각 전에 지분 재편, 재무 구조 정비, 가업승계 등 경영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이다.
다만 자사주 취득과 활용은 단순한 거래가 아닌 만큼, 시가 평가, 법적 절차, 세금 신고 등에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철저한 계획과 실행이 동반되어야 한다. 특히 자사주 취득가가 시가보다 높거나, 반복적인 거래가 이뤄질 경우 과세당국의 세무조사나 부당행위 간주 등의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 따라서 제도적 변화 이전에 실무적인 대응책과 증빙자료 확보, 사후관리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결국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단순한 제도 변경을 넘어, 국내 자본시장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자사주를 대규모로 보유한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며, 시장도 빠르게 반응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보유 비율만으로 투자 전략을 판단하기보다는, 자사주의 실제 활용 방식과 환원 정책이 보다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이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은 제도 시행 이후가 아닌, 시행 이전의 전략적 판단 시기다. 이러한 변화의 시기일수록, 정확한 판단과 신속한 실행이 기업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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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환 기업컨설팅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