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소기업이 직면한 가장 중대한 과제 중 하나는 바로 가업승계다. 저성장과 고령화가 맞물리며 가업승계는 단순한 세대교체를 넘어, 기업 생존과 국가 경제의 역동성 회복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다. 특히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대표자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원활한 승계 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가 되고 있다.
2023년 중소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 대표자의 36.8%가 60세 이상이며, 기업 경력 30년 이상 기업 중 70세 이상 대표자 비율은 30.5%에 달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과도한 상속·증여세, 까다로운 사후관리 요건, 후계자 교육의 부족 등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승계를 포기하고 매각 또는 폐업의 길을 택하고 있으며, 이는 고용 불안과 기술 유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가업승계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생전부터 철저한 준비와 체계적인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우선 명의신탁 주식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법인 설립 시 법적 제약으로 인해 타인 명의로 등록한 주식은 승계 과정에서 법적 분쟁과 세금 리스크의 원인이 되기 쉽다. 이에 국세청이 운영 중인 '명의신탁 주식 실제 소유자 확인 제도'를 통해 간소한 절차로 주식을 환원하고, 동시에 미처분 이익잉여금과 가지급금 정리, 비상장 주식 가치의 적정화 등을 통해 기업 재무구조를 투명하게 다듬어야 한다.
다음으로는 정부가 운영 중인 세제지원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는 중소·중견기업의 원활한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로, 매출 5,000억 원 미만 기업의 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할 경우 일반 증여세보다 낮은 10%의 세율이 적용된다. 10억 원까지는 공제되며, 초과분에 대해서만 과세되기 때문에 일반 증여 대비 최대 80%에 달하는 절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가업상속공제'를 활용하면 상속세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일정 요건을 갖춘 중소기업의 경우 최대 600억 원(개정안에 따르면 1,200억 원까지 확대 가능)까지 공제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상속에 따른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 수 있다.
실제 사례에서도 이러한 전략의 효과는 분명하게 나타난다. 예컨대 100억 원 상당의 기업 지분을 자녀에게 물려줄 때 일반 증여 방식으로는 약 44억 원의 세금이 발생하지만,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와 상속공제를 함께 활용하면 약 9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다만, 이 제도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창업주의 장기 지분 보유, 기업 운영 기간, 상속인의 근무 및 대표이사 취임 요건, 고용 유지와 자산 처분 제한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하므로 사전 계획이 필수적이다.
아울러 승계를 단순한 소유권 이전이 아니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기회로 삼는 전략적 접근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후계자를 중심으로 신설 법인을 설립하고, 일부 사업을 이관하거나 분할하면 리스크를 분산하면서도 업종별 맞춤형 절세가 가능하다. 제조업의 경우 생산설비를 이전하고, 유통·서비스업은 일부 매출만 분리하는 방식으로 보다 유연한 승계가 가능하다. 이는 후계자가 독립적 경영 역량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기업 구조를 혁신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처럼 가업승계는 단순한 세금 문제를 넘어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한국은 여전히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높은 상속·증여세율을 유지하고 있어 승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중견기업 10곳 중 9곳이 현재의 상속세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이 중 70%는 최고세율을 30%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확대하고 적용 대상을 넓히는 한편, 제도 요건도 점진적으로 완화하려는 개선안을 추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계는 여전히 기업주 개인의 의사결정과 준비에 달려 있다.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회계·세무·법률 등 복합적인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가족 간 갈등이나 외부 개입 등 잠재적 리스크에 대한 시나리오를 마련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자녀가 가업에 참여하고자 한다면 조기에 경영에 참여시켜 조직의 가치와 철학을 자연스럽게 계승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승계를 가능하게 만든다.
한국 기업의 평균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현실에서 가업승계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다. 창업 세대의 은퇴와 경기 침체가 동시에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중소기업이 주저 없이 미래를 준비하려면 세금 절감만을 목표로 하는 승계를 넘어서야 한다. 체계적인 준비와 제도 활용, 전략적 실행이 병행된다면 가업승계는 기업의 다음 세대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자, 지속 가능한 성장의 든든한 토대가 될 수 있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는 기업의 다양한 상황과 특성에 맞춰 법인이 가지고 있는 위험을 분석한 사례를 통해 최적화된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가업승계, 사내근로복지기금, 가지급금 정리, 임원퇴직금, 제도 정비, 명의신탁 주식, 기업부설연구소, 직무발명보상제도, 기업 인증,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신규 법인 설립, 상속, 증여, ESG 경영, 기업가정신 플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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