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을 설립할 때 기업 대표가 결정해야 할 사항은 매우 많다.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해야 하고 초기 자금도 마련해야 한다. 거래처 확보와 인력 채용 역시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외로 가장 쉽게 놓치는 부분이 있다. 바로 회사의 기본 규칙이 되는 정관이다.
많은 창업자는 정관을 단순히 법인 설립을 위해 제출하는 형식적인 서류 정도로 생각한다. 실제로 설립 대행업체에서 제공하는 표준 양식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정관은 단순한 서류가 아니다. 국가에 헌법이 있다면 기업에는 정관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회사의 운영 방식과 의사결정 구조, 주주의 권리와 경영진의 권한까지 모두 정관을 기준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정관은 발기인이나 대표이사만 적용받는 문서도 아니다. 주주와 임원, 직원까지 회사 구성원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따라서 정관이 부실하거나 현재 회사 상황과 맞지 않으면 예상하지 못한 분쟁과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전담 법무팀이나 세무팀이 없는 중소기업은 이런 위험에 더 쉽게 노출된다.
상법상 주식회사는 설립 단계에서 반드시 정관을 작성해야 한다. 여기에는 목적, 상호, 본점 주소, 발행 주식 수처럼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내용이 있다. 만약 이런 핵심 사항이 빠지면 정관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 또 주식 양도 제한, 중간배당, 자기주식 취득, 스톡옵션 같은 내용은 정관에 명시해야만 법적 효력이 인정된다.
많은 기업이 처음 만든 정관을 수년 동안 그대로 사용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방식이다. 회사는 성장하면서 사업 방향이 바뀌고 투자 구조도 달라진다. 주주 구성 역시 계속 변한다. 따라서 정관도 회사 상황에 맞게 꾸준히 손질해야 한다. 그래야 정관이 기업을 보호하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정관 관리 부족으로 큰 손실을 입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정밀 부품 제조업체는 회사 매출이 크게 늘어나자 오랜 기간 회사를 이끌어 온 임원들에게 퇴직금을 추가 지급했다. 하지만 문제는 정관이었다. 임원 퇴직금 지급 기준과 절차가 정관에 명확히 없었던 것이다. 결국 세무당국은 이를 정상적인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법인세와 소득세가 추가로 부과됐다. 회사와 대표 모두 큰 세금 부담을 떠안게 된 것이다.
경영권 분쟁에서도 정관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 일부 기업은 법인 설립 요건을 맞추기 위해 지인의 이름을 빌려 주식을 등록하는 경우가 있었다. 바로 명의신탁주식 문제다. 한 유통회사는 이런 방식으로 회사를 설립했지만 정관에 주식 양도 제한이나 관련 보호 장치를 두지 않았다. 이후 명의를 빌려준 사람이 지분을 외부에 넘기고 경영권을 주장하면서 분쟁이 발생했다. 결국 창업자는 법적으로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고 회사를 잃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처럼 정관이 미비하면 회사가 성장해도 경영진이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기 어렵다. 심한 경우 배임이나 횡령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기업은 성장 단계에 맞춰 정관 내용을 계속 보완해야 한다. 특히 현물출자, 중간배당, 사채 발행, 주식 양도 제한, 자기주식 취득, 주주총회와 이사회 권한 같은 내용은 반드시 꼼꼼히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정관에 근거 규정 없이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특정 주주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배당을 진행하면 세무당국이 이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 부담이 커지고 불필요한 분쟁까지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정관이 체계적으로 정비돼 있으면 투자 유치나 경영권 방어에서도 훨씬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다.
요즘처럼 투자 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시기에는 정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투자 전 기업의 정관을 매우 꼼꼼하게 검토한다. 의사결정 구조가 불명확하거나 경영권 관련 규정이 부족하면 투자 자체가 무산되기도 한다. 반면 정관이 회사 상황에 맞게 잘 정비돼 있으면 투자자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기업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높다.
정관 변경은 단순히 조항 몇 개를 수정하는 작업이 아니다. 현재 회사의 재무 상태와 주주 구조, 앞으로의 사업 방향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과정이다. 과거 형식적으로 넣어둔 불필요한 조항은 과감히 정리하고 현재 사업 구조에 맞는 내용을 새롭게 반영해야 한다. 특히 AI, 플랫폼, 콘텐츠 사업처럼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는 기업이라면 사업 목적 변경도 제때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약이나 세무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법과 세금 제도는 계속 바뀌고 기업 환경도 빠르게 달라진다. 이런 변화에 맞춰 정관을 꾸준히 관리해야 불필요한 세금과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전문가와 함께 정기적으로 정관을 점검하고 주기적으로 회사 환경에 맞게 변경하는 것이 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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