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가수금의 덫에 빠지다

2025-09-30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회계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 바로 '가수금' 리스크다. 원자재 비용 급등과 인건비 상승 압박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이 가수금 처리에 의존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기업 재무 건전성에 심각한 위험 신호가 켜지고 있다.

“매출 규모는 커졌지만 실제 수익은 줄어들고 있어요. 원료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직원들 월급은 밀릴 수 없고, 은행에서는 대출 조건을 까다롭게 따지니 결국 제 개인 돈을 넣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기 남부의 한 기계부품 제조업체 대표가 털어놓은 고민이다. 이처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임원이 사재를 회사에 투입하고 이를 가수금으로 회계 처리하는 상황이 중소기업 현장에서 일상이 되고 있다.

가수금은 기업이 일시적으로 받은 자금이지만 그 성격이나 귀속이 아직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은 채무를 뜻한다. 다시 말해, 회사가 어떤 이유로 타인으로부터 자금을 받았지만 이것이 정확히 무엇에 해당하는지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있는 것이다. 한국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조업 중소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이 운영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을 넘는 기업이 대표이사의 사적 자금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수금 발생의 배경은 다양하다. 거래 과정에서 수금은 완료됐지만 해당 매출에 대한 적절한 세금계산서를 발급하지 않았거나, 실제로는 발생하지 않은 비용을 가공으로 처리한 경우다. 하지만 가장 빈번한 원인은 대표나 임원이 회사 운영을 위해 개인 자산을 법인 계좌로 옮기는 것이다. 사업 부진이나 일시적 자금 부족으로 급여 지급이나 결제 대금 마련이 어려울 때, 경영진이 사적 자금으로 이를 메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때로는 거래처로부터 받은 입금의 정확한 용도를 파악하기 어렵거나, 회계 업무 중 실수로 잘못 기록된 금액들도 가수금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현재 관찰되는 가수금 급증 현상이 단기적 현상을 넘어선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한다. 중소기업은행연구소 분석에 의하면, 제조업 중소기업의 평균 부채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15%가량 상승했고, 이 중 상당한 부분이 가수금 형태로 존재한다고 밝혔다.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정상적인 금융 접근이 차단된 기업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방편이 가수금이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기업 재무 체질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을 만든다.

가수금의 가장 큰 위험은 시간이 지나면서 발생하는 내부 갈등이다. 회사에 자금을 제공했던 임원이 퇴직하거나 경영진과 마찰이 생겼을 때, “그 돈은 내가 회사에 빌려준 것이니 반환해달라”며 법정 다툼으로 번지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단순히 장부상 가수금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해서 자동으로 채권 관계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해당 자금에 대한 이자 약정이나 상환 요구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들어, 이를 출자나 배당의 성격으로 해석하여 반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판례들이 있다.

세무상 부담도 만만치 않다. 국세청은 제대로 된 계약서나 이자 계산 서류가 없으면 해당 가수금을 허위 부채로 판단하여 대표자 상여로 처분하거나 부당행위계산부인을 적용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되거나 출자 간주 처분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특히 국세청은 가수금 계정에 대한 감시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으며, 제조업체가 원료 구매비나 인건비를 현금으로 지급하면서 이를 가수금으로 처리하는 사례가 늘어나자 더욱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가수금이 초래하는 여러 문제점 중 하나는 상속재산 산정 시 포함된다는 것이다. 대표이사가 사망하게 되면 가수금은 그의 상속재산으로 계산되어 예상하지 못한 상속세 증가 요인이 된다. 또한 가수금은 회사의 실제 재무 상황을 흐리게 만든다. 가수금 규모가 클수록 기업의 진짜 현금 흐름이나 재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들어진다.

무엇보다 가수금은 부채 항목이므로 그 규모가 커질수록 기업 신용도 저하, 투자자와 금융기관의 신뢰 하락으로 이어져 추가 대출 확보에도 걸림돌이 된다. 가수금은 부채비율과 각종 유동성 지표를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법인의 재무 구조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신용등급 하락과 정부 및 공공기관 사업 입찰 기회 상실로 연결된다.

특히 가수금이 3년 넘게 정리되지 않고 방치되거나, 매출 대비 가수금 비중이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경우 세무조사 선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매출 누락이나 가공 경비와 직접적 연관이 없더라도, 과도한 가수금은 세무 당국이 경영진의 은밀한 자금 조성으로 의심하는 근거가 된다. 만일 세무조사에서 가수금 관련 증빙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부가세, 각종 신고 및 납부 불성실 가산세 등을 부담해야 하고, 향후 상속 추정 규정 적용으로 상속세 증가나 매출 증가 인정에 따른 법인세 추가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현재의 고금리 환경과 경기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소기업들의 가수금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순한 회계 처리 차원을 넘어 가수금이 야기할 수 있는 복합적인 리스크를 종합 검토하고, 체계적인 관리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수금 발생 단계부터 명확한 계약 문서 작성과 증빙 자료 보관, 이자 정산 등을 통해 앞으로 생길 수 있는 법적, 세무적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체계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는 기업의 다양한 상황과 특성에 맞춰 법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위험을 분석한 사례를 통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사내근로복지기금, 가지급금 정리, 임원 퇴직금, 제도정비, 명의신탁주식, 기업부설연구소, 직무발명보상제도, 기업인증,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신규법인설립, 상속, 증여, CEO 기업가정신 플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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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기업컨설팅 전문가

  • 現)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 現) 전자신문 기업성장지원센터 전문위원
  • 前) 삼성화재 기업보험팀장
  • 前) ING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