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ISO 45001으로 안전경영을 시작할 때

2025-07-22



2024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되면서 중소기업도 이제 안전관리 책임에서 예외일 수 없게 됐다. 법 시행 초기에는 대기업 중심으로 관심이 쏠렸지만, 지금은 소규모 제조업, 공정업, 식품 가공업 등 다양한 업종의 중소기업까지 실질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근로자의 사망이나 중대한 부상, 직업병 등이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에게 징역형이나 고액의 벌금, 징벌적 손해배상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이 법은 '사고 발생' 그 자체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경영자가 안전관리에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이를 입증할 시스템이 없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사례를 보면,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선고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사건 31건 가운데 29건이 유죄 판결로 이어졌다. 주요 위반 사유는 위험 요소에 대한 사전 평가 미흡, 안전보건 책임자에 대한 기준 부재, 보호구 지급이나 교육 내역 등의 기록 관리 부족 등이었다. 이는 단순한 부주의를 넘어, 안전관리 체계 자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로 볼 수 있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취약한 상황에서,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 바로 ISO 45001 인증이다. ISO 45001은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으로, 단순히 규정에 맞는 문서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기업 운영 전반에 안전관리 시스템을 내재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어 작업 현장의 사고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이에 맞춰 설비를 개선하거나 작업절차를 바꾸며, 근로자에게는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이 모든 과정을 문서로 기록하고 관리하는 식이다. 즉, 관리자 개인의 경험이나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사고를 예방하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ISO 45001을 도입한 중소기업의 사례를 보면, 기대 이상의 성과를 얻은 경우가 많다. 충남의 한 식품 제조업체는 인증을 받은 뒤 생산라인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했다. 작업 동선을 최적화하고 자동화 설비를 도입했으며, 위험 구역을 눈에 잘 띄도록 표시하고 전 직원에게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 산재 사고는 전년 대비 80% 감소했고, 근로자들의 불만도 줄어들면서 이직률 역시 낮아졌다. 단순히 안전을 위한 투자를 넘어, 조직의 전반적인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된 셈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예외는 아니다. 경기도 안산시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ISO 45001 인증을 획득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자마자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시 산하 사업장 전체를 대상으로 위험성 평가와 안전 점검을 체계적으로 수행했다. 서류 중심의 형식적인 접근이 아닌, 실제 교육과 현장 조사를 병행하며 인증을 준비했고, 이는 향후 다른 공공기관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물론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ISO 인증이 쉽지만은 않다. 관련 절차가 복잡하고, 이를 전담할 인력이 부족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이러한 현실을 고려해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무료 안전 컨설팅과 교육을 제공하고 있고, 일부 지자체는 인증 비용의 절반 이상을 보조하거나 전담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기관들도 행정 지원을 확대하고 있어, 예전보다 인증에 대한 접근성은 높아진 편이다.

ISO 인증은 안전관리 차원에서만 의미 있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ISO 9001(품질경영), ISO 14001(환경경영)과 함께 통합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면서, 시장에서 기업에 요구하는 책임의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제품 품질만 좋은 것으로는 부족하고,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경영 시스템을 갖춘 기업이 더 높은 신뢰를 받는다.

ISO 45001은 ESG의 S(Social, 사회적 책임)를 담당하고, ISO 9001과 14001은 각각 G(지배구조), E(환경경영)에 대응하는 기반을 마련해준다. 이 세 가지 인증을 갖춘 기업은 공공입찰이나 대기업 납품, 해외 수출 등에서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 실제로 인증 보유 여부가 평가 기준이나 필수 요건으로 포함되는 경우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결국 ISO 45001 인증은 단순히 안전관리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중소기업이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법적 리스크를 줄이고, 신뢰를 높이며,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고, ESG 대응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복합 솔루션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은 더 강력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떻게 대응하는지에 따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도 있다. 지금이 바로 기업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만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준비할 수 있는 결정적인 시점이다.

스타리치 어드바이져는 기업의 다양한 상황과 특성에 맞춰 법인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위험을 분석한 사례를 통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그 내용으로는 사내근로복지기금, 가지급금 정리, 임원 퇴직금, 제도정비, 명의신탁주식, 기업부설연구소, 직무발명보상제도, 기업인증, 개인사업자 법인전환, 신규법인설립, 상속, 증여, CEO 기업가정신 플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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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언 기업컨설팅 전문가

  • 現) 스타리치 어드바이져 기업 컨설팅 전문가
  • 現) 전자신문 기업성장지원센터 전문위원
  • 前) 한화그룹 근무
  • 경희대학교 경제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