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외길 60년, 새로운 미래를 디자인하다`... 동성인쇄·동성사 권병서 대표​

2020-11-12

생활 속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종이가방 쇼핑백. 단순히 물건을 담거나 옮기는 용도로 인식되어 온 쇼핑백은 기업, 제품 등의 고유이미지를 담은 디자인이 가미되며, 제품가치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브랜드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을 주는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한 마디로 걸어 다니는 광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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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0여 년간 국내 쇼핑백 제작 트렌드를 선도하며 인쇄업 외길을 걸어온 장수기업이 있다. 쇼핑백으로 기업의 이미지를 새롭게 창조해나가며 세계 속 ‘K-쇼핑백’의 위상을 알리고 있는 쇼핑백 및 포장박스 제작 전문 기업 동성인쇄·동성사와 권병서 대표가 주인공이다.

동성인쇄·동성사는 지난 1959년 창립된 동성씨링공업사가 모태다. 권 대표의 선친이자 선대회장은 각종 라벨스티커를 비롯해 양말라벨, 전매청 특수포장지, 제과포장지, 포장박스 등을 제작하며 기틀을 다져왔고, 캘린더(달력) 제작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혀왔다. 이어, 해외를 다니며 쇼핑백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예견한 선대회장은 1986년부터 쇼핑백 제작에 매진했고, 이후 유명인을 광고모델로 기용할 정도로 다양한 제품을 판매, 수출하며 성장을 거듭해 왔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며 공학도의 꿈을 키워온 권 대표는 갑작스레 선친이 돌아가시며 부득이하게 학업의 꿈을 접고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고, 13년 후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지금껏 회사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종합인쇄를 비롯해 포장박스, 달력 등 다양한 아이템을 제작해온 동성사는 권 대표 취임 이후, 서울의 동성인쇄와 함께 중국 청도, 베트남 호치민 등 해외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며 고품질 쇼핑백 제작에 특화된 전문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이후 다년간 축전된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ISO9001(품질경영시스템), ISO14001(환경경영체제) 등 다양한 인증과 특허를 획득했고, 국내 유명기업은 물론 미국, 일본, 유럽 등 인기 브랜드의 쇼핑백을 제작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지난 2008년과 2015년에는 두 번에 걸쳐 서울인쇄대상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무엇보다 경쟁력 확보를 확고한 경영철학으로 삼고 있다. 어느 한 곳이 아닌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경쟁이다보니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책임질 수 있는 힘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에 권 대표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자사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특화 기술개발에 연구역량을 기울이고 있다.


물건을 많이 넣으면 쉽게 찢어지는 등 기존 제이컷 방식의 쇼핑백 접착부 단점 보완을 위해 개발된 아이컷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보다 깔끔해진 외관과 견고한 쇼핑백 제작이 가능한 아이컷 기술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또한 기능성을 인정받아 특허청으로부터 종이가방 제조방법 및 제조장치에 관한 특허(제10-1678668호)를 받았다.

권 대표는 “프랑스 모나코를 비롯해 여러 세계 박람회에 소개된 아이컷 기술은 유명 글로벌 기업 및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높은 호응과 관심을 이끌어냈다”며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연간 5천 만장 이상의 쇼핑백과 포장박스를 수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동성인쇄·동성사 쇼핑백 관련 기사가 미국 유력 언론매체 뉴욕타임즈 1면에 실리며 유명세를 자랑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친환경(Eco-Friendly) 트렌드에 발맞춰 재사용이 가능한 소재 개발에도 성공했다. 재생펄프가 전무한 필름 접합 방식의 일반 쇼핑백과 달리, 40의 재생펄프가 함유된 쇼핑백 제작에 성공하며 지난 2008년에는 FSC 친환경 종이 인쇄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친환경 소재에 대한 수요가 없던 십여 년 전부터 제작의뢰를 하다 보니 제지회사로부터 여러 번 퇴짜를 맞기도 했다”며 “천연펄프 100%를 쓴 제품도 잘 팔리는데 왜 유독 너희만 그러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며 고충을 회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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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승장구를 거듭해 온 동성인쇄·동성사지만, 여느 회사처럼 위기가 없던 것은 아니다.

권 대표는 “IMF 금융위기에도 불구, 매출단가가 외화인 수출의 비중이 높다보니 환율상승에 따라 1~2년 간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시기도 있었다”며 “2000년부터 국내 인건비 상승을 비롯해 해외 각지에서 경쟁사가 등장하며 재정적 위기를 맞았다. 특히 중국에서 저단가로 납품을 하다 보니 가격경쟁력도 떨어지는 등 수주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거듭된 위기극복을 위해 권 대표는 해외로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해외 공장 설립은 막대한 자금투자는 물론 장비이전, 인력감축 등 다양한 리스크를 안고 있었고, 그렇다고 한국에서 계속 생산을 하기 에도 부담이 따랐던 것이 사실이다.

선택의 갈림길에서 권 대표는 해외 공장 설립이라는 과감한 도전을 택했고, 결과론적으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다. 지난 2003년 중국 청도에 생산 공장을 설립한 권 대표는 고품질의 제품 생산력은 유지하되 저렴한 중국 내 인건비에 기인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기존 고객 네트워크에 힘입어 신규고객 유치에도 성공하는 등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권 대표는 여타 국내 기업에 비해 한 발 앞서 베트남 시장에도 진출했다. 해외 경쟁기업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며 중국 공장만으로는 경쟁력 확보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지난 2010년 베트남 호치민 일대에 15,000 평방미터 규모의 동성비나프린팅을 설립했다. 현재 35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연간 3천 만장 정도의 쇼핑백과 종이 박스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균등한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물류부담에도 불구, 베트남 현지에 한국재료를 보내 생산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철저한 품질 테스트를 통해 품질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동성인쇄·동성사의 쇼핑백은 무엇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생산력을 자랑한다. 아트웍(도면)이 디지털로 전달될 경우, 즉각적인 레이아웃 작업 후 잉크젯 프린트를 통해 곧바로 샘플을 추출한다. 이어, 디자인 컨펌 이후 바로 제판 및 인쇄를 진행할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보유해 신속한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일정한 색을 유지해야 하는 고품질 인쇄 작업을 위해서는 잉크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때문에 15년 이상 경력을 지닌 숙련공이 해당 과정을 전담하며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권 대표는 “브랜드는 컬러에 민감하다. 컬러 자체가 브랜드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육안으로 교정을 하는 국내 일반 인쇄업체와 달리, 정확한 조색 데이터 값을 기반으로 숙련공이 직접 고객이 원하는 색을 균등하게 뽑아내는 맞춤형 생산으로 퀄리티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권 대표는 향후 국내와 해외의 업무 분담을 보다 구체화하며 호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권 대표는 “1983년 서울에 설립한 동성인쇄는 미국수출을, 부산의 동성사는 일본수출을 전담하고 있다. 앞으로 국내의 서울·부산은 제품의 수주를 전담하는 일종의 영업기지로 삼고, 중국, 베트남 공장은 제품 생산에 집중하는 투 트랙 전략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권 대표는 끝으로 “대형 고객사 중 한 곳의 창업자가 직원들에게 회사를 물려주며 발전한 사례가 있다”고 전하며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애착심을 갖고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젊은 인재들이 많이 합류해 활력 넘치는 회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덧붙였다.

스타리치어드바이져 기업경영컨설팅사업부 천소영 지점장은 “동성인쇄·동성사는 대한민국 쇼핑백과 종이박스 산업을 선도한 60년 장수기업이다”며 “중국 청도 및 베트남 공장을 발판으로 품질과 기술을 접목,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뻗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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