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 다지듯 신뢰 다져 두번 위기 넘겼죠"​

2014-04-29

29일 경기도 양주 한만두식품 생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성형기를 이용해 만두피에 만두 속을 넣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만두식품


남미경 한만두식품 대표

대장균·쓰레기 만두 파동 불구 "좋은 재료에 정성" 평판으로 극복

HACCP 의무화 등 자금난 땐 중진공 정책자금 지원이 단비로

5월 '어서와' 프랜차이즈 오픈… 전국 1,000개 점포 꿈 부풀어


"이 만두는 밀대로 세번 더 밀어야 해요. 피가 두꺼우니 속과 피가 겉돌죠. 이러면 식감이 떨어져요." 24일 경기도 양주시 은현면의 한만두식품 공장. 한 직원이 각기 다른 만두 네알을 접시에 담아와 남미경(51·사진) 한만두식품 대표의 최종 심사를 받고 있었다. 매일 아침 처음으로 빚은 만두를 쪄내 남 대표가 맛 보고 표준화된 맛을 내는지 체크한다. 오후에는 그날 새로 개발한 제품을 맛본다. 부설 연구소 직원들은 매일 한가지 이상 신제품을 개발한다. 모든 결과물이 상품화되지는 않지만 하루에도 수차례씩 신제품 개발을 의뢰하는 유통사나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요구에 부응하려면 매일 새로운 맛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1,400평대 부지에 800평에 이르는 공장. 시간당 1.5톤, 하루 800박스, 4,000봉지의 만두가 생산돼 전국 각지로 배달된다. 지난해에는 총 3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1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남 대표의 사업은 순탄하게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두 차례 만두파동 등으로 폐업 위기에까지 몰렸던 한만두식품이 본궤도에 오른 것은 불과 3~4년간의 일이다.

그는 "30대 초반 맛있는 만두를 유통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경기도의 한 만두 공장을 찾아가 총판 계약을 맺자고 설득한 끝에 5년간 서울 강서, 강북권에 만두를 유통했다"며 "하지만 1999년 만두에서 대장균이 다량 검출됐다는 뉴스가 보도되면서 만두가 한 봉지도 팔리지 않자 계약을 맺었던 공장이 생산을 중단했고 결국 나도 살길이 막막해졌다"고 회상했다.

결국 남 대표는 직접 만두 공장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15년전 수중에 남은 5,000만원을 몽땅 투자해 공장을 임대했다. 10명의 직원을 뽑아 만두를 빚었는데 숙련도가 떨어져 하루 50박스를 생산해야 할 공장에서 2박스를 겨우 만들었다. 수지가 맞지 않자 2년간 공장 임대료와 직원 월급을 밀리기를 반복했고 1억원을 빚을 지게 됐다.

사업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수도 없이 들었지만 "빚은 다 갚고 접자"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이후 2년간 오전 3시에 공장에 나와 만두 속을 비비고 6시부터 피를 밀고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직원들과 만두를 빚은 후 직원들이 퇴근하면 1톤 냉동탑에 제품을 싣고 서울 전역을 다니며 배달하기를 반복했다. 하루의 휴식은 1~2시간 쪽잠이 전부였다

그렇게 만두 박사가 됐다. 처음에는 먹어보면 무슨 재료가 더 필요한지 바로 알았고 이제는 보기만 해도 알게 됐다. 남 대표를 보는 직원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야간 작업을 할 때면 직원들이 돌아가며 밥값을 내기까지 했다. 그렇게 빚을 다 갚았을 때 2004년 쓰레기 만두 파동이 터졌다.

남 대표는 "상당수 만두 업체들이 부도를 맞고 어떤 만두업체 사장은 자살을 할 정도로 만두 파동의 여파가 심각했다"며 "하지만 우리는 믿을 수 있는 재료로 정성스럽게 만든다는 신뢰를 쌓아둔 덕분에 한달 만에 다시 공장을 돌릴 수 있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자금난은 여전했다. 쓰레기 만두 파동의 여파로 식품공장의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인증이 의무화되면서 새로운 공장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정책자금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그에게 먼저 손을 내민 건 중소기업진흥공단이었다.

한만두식품 공장을 둘러보고 싶다며 찾아온 중진공 직원은 선뜻 운전자금 1억원을 저리에 빌려줬다. 남 대표는 "담보도 없어 번번히 은행 대출 심사에서 퇴짜를 맞던 나에게 중진공의 도움은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며 "2011년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재작년과 작년 총 28억원의 창업기업지원자금을 받으면서 지난해 4월 공장을 지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에도 그는 신제품 개발을 위해 개발기술사업자화자금 5억원을 지원받았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달 서울 구로구 가산동에 프랜차이즈 1호점을 오픈한다. 이름은 '어서와'다. 남 대표는 "전국 1,000개 점포로 확장해 만두 전문 프랜차이즈로 키울 것"이라며 "본사 직영점 중 매출이 좋은 점포는 직원들이 펀딩 방식으로 투자하고 이익금을 나눠가질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법인 전환 후 그는 이제 사회를 위해 경영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5명의 탈북자를 고용하고 공장 부지 한켠에 대안학교를 설립한 것도 이 때문이다. 남 대표는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한만두식품은 내 것이 아닌 사회의 것이 됐다"며 "만두를 빚는 회사가 아니라 만두를 통해 사람을 빚는 회사가 되자는 모토를 세우고 임직원들이 행복한 회사, 사회에 환원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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