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황승용]인간 게놈 프로젝트, 산업화 서두르자​

2009-10-08

 

21세기를 열었던 2000년부터 들어 왔던 인간 게놈 프로젝트(인간 유전자 해독)가 지난달 18일 ‘다시’ 최종 완성됐다는 뉴스를 접한 많은 사람은 의아해하고 있다. 그동안 이미 여러 차례 ‘인간 게놈 해독 완료’라는 뉴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여러 다른 인종의 게놈을 연구한 것인가? 아니면 그동안 과학자들에게 속은 것인가?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려면 그동안의 인간 게놈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간단히 되짚어 봐야 한다.

 

1990년부터 미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약 18개국의 공동 연구로 진행됐다. 약 3조 원의 비용이 책정된 이 프로젝트는 2000년 6월 26일 초안이 완성됐다는 뉴스가 나와 인류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때의 완성도는 약 90%였다.

 

여러 군데의 미완성된 부분을 채워 2003년 4월 국제 컨소시엄은 인간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을 다시 공식 선포했다. 이때도 완성도는 98%였다. 다만 대부분의 유전자(DNA)가 해독 대상에 포함돼 ‘프로젝트의 완성’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무엇보다도 생명체 DNA의 기본 구조가 밝혀진 지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인간 염색체 중 가장 큰 1번을 끝으로 총 24종의 염색체(일반염색체 22종+성염색체 2종)를 약 99.9% 해독했다고 밝혔다. 인간 게놈을 24층짜리 건물에 비유하면 층마다 설치된 창틀이나 가구 같은 물품(유전자)의 종류와 숫자를 정확하게 적은 청사진을 갖게 된 것이다. 예를 들면 1층(1번 염색체)에는 3141개의 물품 목록이 있고, 책상처럼 용도가 명확한 물품도 있지만 아직도 용도를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낸 수준이다. ‘게놈 해독’ 이후 이제 과학자들의 첫 번째 관심 분야는 이들 물품의 용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어떤 유전자들의 상호 연관성을 밝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전자 및 유전자 산물은 조합을 이뤄 세포에서 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잘못된 물품 때문에 발생한 건물의 부실 공사(질병)를 찾아내고 교환하기 위한 연구이다. 현재까지 1번 염색체와 관계있다고 밝혀진 질병은 약 350가지. 이러한 물품들의 역할과 상호 연관성을 알게 되면 인간은 진정한 건물의 주인이 된다.

 

하지만 모든 개개인은 자신의 이름으로 등록된 조금씩 다른 24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모든 사람이 약 0.1%씩 서로 다른 DNA 염기 서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사람의 외모처럼 건물의 외형이 조금씩 다르고, 질병에 걸리는 차이가 있는 것처럼 각자 조금씩 다른 물품들을 가진 건물인 것이다. 현재 이러한 개개인의 차이를 조사하여 그들의 특성에 맞는 맞춤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국제 컨소시엄이 많은 연구를 하고 있다.  

 

결국 오늘날 우리가 갖게 된 청사진은 인류의 질병 정복이라는 숙원을 풀기 위한 토대가 될 것이고, 또한 새로운 직업과 산업군을 생성시킬 것이다. 예를 들어 가까운 미래에는 한 사람의 모든 염기 서열을 약 100만 원에 읽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공언하고 있다. 유전자를 읽고, 질병을 예측 및 관리하고 치료하는 직업군이 보편화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개인의 유전 정보 노출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한 법적, 행정적인 관리 기구나 시스템이 확립될 것이다. 질병이 훨씬 세분될 것이며 치료 또한 개인 맞춤형으로 바뀔 것이다.  

 

비록 우리나라가 게놈 프로젝트에는 소극적이었지만 유전자 청사진을 이용한 다양하고 빠른 산업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우리 미래가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황승용 한양대 교수·분자생명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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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3/all/20060603/8314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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