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스토리 <7> 김영식 천호식품 회장​

2014-12-08

"생각하면 행동으로, 지금 당장"…뚝심으로 건강식품 판도 바꿨다

   

 

- 욕심 탓 재산 날리고 자살 결심
- 세금 독촉 전화에 재기 나서
- "남자한테 참 좋은데…" 직접 광고
- 온라인 직거래 등으로 승승장구

- 나라가 잘돼야 한다는 마음으로
- 태극기 달기·저출산 극복 캠페인
- 내년 상장…근속자에 주식 배부
- 전직원 5억 부자 만들기 실천


엘리스가 붉은 여왕와 함께 숨을 헐떡거리며 뛴다. 한참을 가도 평지만 보이자 이내 불평을 쏟아낸다. "예전 살던 데에선 열심히 달리면 어디든지 닿게되는데 여긴 뭐 이래요." 붉은 여왕이 냅다 고함쳤다. "멍청아, 여기선 이렇게 달려야 겨우 제자리야. 더 나아가려면 배로 더 뛰어야 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빠름과 선제 대응을 생명으로 하는 현대사회를 이처럼 잘 풍자한 게 있을까 싶다. 동화 속의 이상한 나라는 우리 현실에서 볼 때 비정상이 아니라 정상이다. 모두가 열심히 달린다고는 하나 그 자리에서 맴돌거나 뒤처지기 일쑤다. 왜냐고. 다른 이들이 더 뛰기 때문이다. 어디 인류 뿐이겠나. 생태계에서도 마찬가지. 영양과 치타를 보자. 포식자에게 잡히지 않아야 멸종을 면하기에 영양은 스피드를 끝없이 업그레이드해왔다. 먹지 않으면 죽을 운명인 치타도 이에 맞게 진화한다. 빠름을 위해 근육이나 발톱 등 강력한 살상무기를 포기할 밖에. 세상 이치가 그렇다.

'10미터만 더 뛰어봐!'라는 널리 알려진 책이 있다. 한 기업가의 눈물겨운 성공 스토리와 교훈을 담았다. 역경을 헤쳐나가는 '영양 만점' 서바이벌 노하우들이 펼쳐진다. 여기서 10m가 뜻하는 바는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뛰자는 것이다. 어제 50m를 겨우 뛴 사람에게 하루만에 200m, 300m를 요구하는 건 무리다. 하지만 10m 더 뛰기는 결코 못이룰 목표가 아니다. 오늘 10m를 더 달린 당신은 임계치를 넘어선 것이라 저자는 단언한다. 결심한 뒤 목표를 잡고 실천에 옮기는 순간이 바로 승부처다. 이제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삶과 사업은 날개를 단 셈.
 

   
 

저자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전국 건강식품업계를 평정한 부산의 중견기업 천호식품 회장 김영식(63). 말 그대로 7전8기의 인물이다.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오뚝이 삶을 살았다. 부산에서 갑부로 이름을 떨쳤던 그였지만 수없이 좌절의 늪에 빠져들었다. 욕심 때문이었다. 돈이 있다 보니 여기저기 손댄 게 그를 파멸로 몰고 갔다. 외환위기 당시 파산 위기에 몰린 그는 스스로 삶을 마감하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도움의 손길(?)을 받았다. 세무서 직원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말발'센 세리 왈 "이번에도 세금 떼먹으면 알아서 하쇼." 협박성 독촉에 "그러잖아도 지금 9층에서 뛰어내릴 작정이었소"라는 김 회장. 그러자 되돌아온 말이 걸작이었다. 자살은 자유지만, 세무서 전화받고 뛰어내렸다는 유서는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나. 그 순간 김 회장은 다시 살기로 결심했다. 세금 떼먹지 않을테니 기다리라는 다짐을 하면서.

이후 그는 건강식품의 히트작을 연속 터뜨리면서 승승장구했다. 온라인 직거래와 가격 파괴전략으로 대성공을 거둔 것이다. 직접 광고에 나서 소비 심리를 자극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와 최근 갱년기 여성을 타깃으로 한 제품 광고에 "여보, 화내지마…"라며 애교부리는 남편으로 나서 매출 상승을 이끌었다. 이 제품 하나만 연간 10억 원 어치가 팔려나간다니 그의 사업 수완을 짐작할 만 하다.

 

김 회장은 뚝심을 유난히 강조한다. 불굴의 오뚝이 정신 말이다. '부자되는 방'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그의 별명도 뚝심대장. 하루 9만 명이 그와 소통하기 위해 접속한다. 그도 열심이어서 번개팅을 자주하는 편이다. 한번은 서울에서 60명을 만나 식사한 후 밥값 240만 원을 내려고 했는데 웬 젊은 남자가 대신 나섰다. 연유를 묻자 "회장님 덕분에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기 때문"이란다. '생각하면 행동으로, 지금 당장'이라는 말에. 그렇게 했더니 화장품 회사 매출이 2년만에 50억 원을 넘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지금도 강조한다. 생각을 무덤까지 가져가지 말라고. 나중에 "그 때 그럴 걸" 해봤자 버스 출발한 뒤 손 흔들기나 다름없다.

누구나 예외없이 공평하게 하루 하루를 보낸다. 문제는 그 질이다. 누구는 24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반면, 어떤 이는 무의미하게 흘려보낸다. 그 차이가 뭘까. 바로 목표를 세우고 결심하는 것, 그리고 열정을 보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다. 살다보노라면 힘들 때가 어찌 없겠나. 가고자 하는 목적지가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거나, 무턱대고 뛰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좌절해선 안 된다. 행운은 행동하는 발뒤꿈치에서 솟아나기에. 거센 파도가 유능한 선장을 만드는 법. 그래서 김 회장은 유난히 참을 인(忍)을 강조한다. 몸과 마음이 간절히 원하는 게 있을 때 인은 상처를 견디는 고된 노동이 아니라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면서.

그처럼 별난 사업가도 드물 것이다. 나라 사랑을 강조하면서 태극기 달기 운동을 벌이고, '아이 더 낳기' 캠페인에 목을 멘다. "15년 전 영국에 여행갔을 때 호텔 벨보이한테서 업신여김을 받았지요. 못사는 아시아인이라는 이유때문에. 지금 우리도 동남아시아인들에게 그러고 있잖아요. 나라가 잘돼야 한다는 마음을 굳게 먹고 태극기 스티커를 제작해 보급하고 있습니다. 스티커를 여행가방에 붙이면 자연스레 애국심이 생길 것 아니겠어요."

저출산 극복 캠페인도 같은 맥락이다. 6년 후부터 우리나라 인구가 내리막길을 걷는데 국력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게 분명한 만큼 조금이라도 늦추는데 기여해야 겠다는 결심을 하자마자 바로 시작했다. 출산 지원금에 드는 돈은 인세와 강연료로 충당하는데 지금까지 10억 원에 이른다. 회사 직원들에게는 더욱 큰 인센티브를 준다. 첫째 아이는 100만 원, 둘째 200만 원을 준다. 그러면 셋째 아이는 얼마나 줄까. 놀라지 마시라 무려 1200만 원이 넘는다. 최소한 셋째 이상을 가져야 인구를 증가세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데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김 회장은 천호식품을 내년쯤 상장할 계획이다. 근무경력이 오래된 직원들에게는 이미 주식을 많이 나눠줬다. 나중에 직원 모두를 5억 부자로 만들겠다는 그의 꿈은 현재진행형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역에 기여하는 기업가 정신의 본분을 김 회장은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 김 회장의 경영철학

- 성공한 사람을 따라하고 배워라, '사랑·미안·고맙습니다' 연발하라

김 회장을 지켜보노라면 불멸의 저작 '역사의 연구'에서 도전과 응전의 법칙을 주장한 토인비가 떠오른다. 그는 역사를 흥망성쇠라는 순환과정으로 본 슈펭글러에 정면으로 맞섰다. 역사가 사이클을 갖는 건 맞지만 모두 동일한 과정을 따르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외부의 도전과 시련에 효과적으로 응전했던 민족과 문명 만이 살아남는다. 도전을 할 줄 몰랐던 경우는 무사안일에 빠져 결국 사라졌다. 그는 중국에서 농토가 비옥하고 기후가 좋은 양쯔강이 아니라 혹독한 추위와 가혹한 환경인 황허에서 세계 4대 문명이 일어났음을 적시했다.

김 회장도 토인비파에 속한다. 쓰러질 위기에서 우뚝 일어서서 번성할 수 있는 건 뚝심, 다시 말해 시련을 극복할 자세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그 원동력이 인(忍)의 능력이자, 오뚝이 정신이다. 끊임없이 뛰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썩는다. 김 회장은 이를 순환의 논리로 설명한다.
 

   
 

밖으로 나가서 사람을 만나라. 경기가 좋지 않다고 모두 그런 건 아니다. 성공한 이들을 따라 해보라. 배울 게 무척 많을 것이다. 낯선 곳의 신선한 공기가 정신적·육체적·직업적 생명을 재생시켜줄 것이니. 그러려면 자신의 말은 아끼고 상대의 충언을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물론 맞장구 쳐주기도 중요하다. 말을 배우는데는 2년, 경청 습관을 들이는데 60년이 걸린다고 하질 않나. 또 한가지 잊지 말아야 할 습관이 있다. 표현하기를 즐겨라. 사랑합니다,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하라. 그리고 희망의 바이러스를 퍼뜨려야 한다. 김 회장이 매주 로또 복권 100장을 사서 나눠주는 것(사진)도 이 때문이다. 희망과 상상 즐기기는 같다. 일이 안 될 때 산에 올라가 목표와 희망을 마음껏 외쳐보라. 그게 잘사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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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kookje.co.kr/news2011/asp/newsbody.asp?code=0200&key=20141209.2201319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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