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시래기들의 삶- 김찬모(중소기업융합 경남연합회장·(주)부경 사장)​

2014-01-20


서울에서 첫 직장생활을 하다가 직장인 이곳 창원국가산업단지로 1976년 3월 내려왔다. 당시 단봇짐만 챙겨 창원시 성산구 외동에 정착하게 됐다. 그때만 해도 창원이란 곳의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었으며, 지붕도 없는 공장바닥에 짐을 풀고 공장 생활이 시작됐다. 물론 복지시설 등은 엄두도 못 내었고, 복지란 용어도 쓰이지 않을 때였고 창원출장소나 공장 총무부에 새마을과라는 곳이 업무를 관장하고 있을 때였다.

약 40년 전이니 반세기가 가까이 지나는 동안 세상과 근로환경은 너무나 변했다. 그 당시 마산 봉암다리가 있었다. 지금 창원 신촌과 마산회원구 봉암동을 잇는 현 봉암교보다 바다쪽으로 약 100m 아래쪽에 있는 오래된 봉암다리 밑에는 ‘꼬시래기’라는 바닷고기가 많이 서식했다. 낚시도 잘되어 강태공들에게 인기가 좋았고 봄부터 여름까지 그 맛이 아주 고소하고 뼈도 부드러워 그냥 막장에 찍어 먹으면 그만이다. 포를 뜨는 어려움도, 비늘 치는 어려움도 없고 크기도 한입에 쏙 들어가는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요놈들이 잡식성이고 공격적이어서 어항에 보관하면 서로 공격하여 상대를 물어뜯어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꼬리부분 또는 힘없는 놈은 몸통의 3분 1이 잘린 채로 돌아다니기도 한다. 상대 몸통을 먹었는지는 모르지만.

어떻든 우리는 흔히 유사한 동종이 지나친 경쟁이나 정쟁으로 시간과 그 힘을 허비할 때 ‘꼬시래기 제살 뜯어먹기’란 용어로 비유한다. 또 세월이 흘러 내 나이가 환갑이다. 스무 살 청년이 장년을 지난다. 사업을 시작한 지 20년을 지나면서 2014년 새해부터 중소기업 융합 경남연합회 회장이란 명예로운 위치에서 경남 650여 개의 중소기업을 대표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 관계, 또 지역 발전을 위해 일해야 한다. 지난 일년간 수석 부회장으로서 많은 중소기업 사장님을 만나고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정보를 공유했다. 한편에서는 중소기업청, 중소기업진흥공단, 경남테크노파크, 한국산업단지공단, 금융기관, 경상남도, 창원시, 경상남도교육청, 각 대학 및 연구소 등을 방문하고 관계자들께 중소기업의 현실과 지원 등을 당부드렸다. 모두들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작금의 중소기업의 현실은 극도로 혼란스럽고 어렵다. 주변 환경도 녹록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진정 CEO로서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꼬시래기 물고기’처럼 당장 어렵다고 동종 동료중소기업에서 생산하고 있는 일감을 저자세로 대응하는 것은 서로가 피해자이면서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는 동료기업에서 많은 정성을 들여 개발하고 초기 투자를 했을 것을 상기해야 한다. 한편 ‘꼬시래기 물고기’는 바다나 자연 상태에서는 서로 공격하지 않는다. 잡혀서 어항 등 우리에 갇혔을 때만 불안함에서 오는 충동적으로 행동을 한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절대적인 협력관계에서 상생해야 한다. 원청기업이나 대기업에서도 처음 중소기업을 발굴해 개발을 시켰으면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회사보다는 담당자 개인의 실적 쌓기로 돌아서서 같은 도면을 들고 다른 곳에서 흥정하는 사례는 지양해야 마땅하다.

중소기업도 중소기업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정작 자신이 경영하는 회사의 장·단점을 모르고 사업을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비 오기 전에 우산을 준비하라”, “리스크가 큰 사업을 하라”, “R&D투자를 하라”, “사람만이 돈이다” 등 조언의 사례는 많지만, 난 그중 “우리 중소기업인의 좀 더 솔직한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라”고 권유하고 싶다.

우리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정부산하기관이 복수로 존재하면서 우리를 돕기 위해 나서고 있다. 앞에서 거론한 기관들이 많다. 스스로 나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중소기업 융합 경남 연합회를 만들었다. 경남 중소기업인 여러분을 동병상련(同病相憐) 하는 동지로서 상생, 동반성장에 주저하지 않겠다.

최근 정부에서 비정상을 정상적으로 돌려놓겠다고 했다. 겸손하고, 허리를 굽혀 하심(下心)하자. 이것은 정상적을 비정상적으로 취급하지 말라는 열악한 환경의 중소기업인의 메시지이다. 청마의 새해에 ‘꼬시래기 물고기’에 빗대는 용어를 음미하면서 행복과 행운이 깃들길 기원한다.

김찬모(중소기업융합 경남연합회장·(주)부경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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